KIA는 20일 시작되는 FA(프리에이전트) 선수의 원소속구단과 계약교섭기간 동안 투수 송은범(30), 포수 차일목(34)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해외진출을 추진 중인 양현종(26)과 헐거운 안방을 생각하면 둘 모두 귀한 자원이다. KIA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들 집안 FA도 못 잡아서 안달이다. 우리도 기본적으로 잡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은범은 이번 FA시장에서 윤성환·배영수·안지만(이상 삼성)·장원준(롯데) 등과 함께 '준척'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선발과 계투를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이 가능하고 SK 시절 큰 무대에 숱하게 많이 오르며 경험을 쌓았다. 무릎 밑으로 낮게 깔리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앞에 상대 타자는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5월 KIA는 송은범을 받으면서 김상현과 진해수 등을 SK로 보냈다. 그해 시즌 뒤 FA를 앞두고 있었고, 중심타자와 유망주를 내줬으나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만큼 팀에 보탬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송은범은 2013시즌을 1승7패 평균자책점 7.35로 마쳤다.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겪은 그는 FA 자격 획득을 1년 미뤘다. 이번시즌에는 부상이 엮이며 27경기에 나서 4승8패 평균자책점 7.32에 그쳤다.
KIA는 FA 시장에서 손이 큰 편이었다. 2013시즌에는 김주찬을 4년간 총액 50억 원에 새 식구로 맞이했다. '준척' 이상으로 평가받는 송은범을 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신임 김기태 감독 밑에서 다시 시작해 옛날의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앞선 두 시즌의 고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차일목은 1999년 타이거즈맨이 된 이후 줄곧 팀 안방을 지켰다. 2009년에는 김상훈과 함께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생애 첫 FA를 맞이한 그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약점으로 지적되는 도루 저지 부분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차일목은 필요할 때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격을 갖췄다. 도루 저지율만 높인다면 각 구단이 탐내는 자원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차일목의 2014년 도루저지율은 0.234에 그쳤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덩달아 타율도 0.189로 내려갔다. 하지만 KIA로서는 쉽게 넘길 수 없는 자원이다. KIA에서만 뛰었고 포수 자원으로 차일목 말고 뚜렷한 대안도 없다.
KIA 관계자는 "우리도 기본적으로 잡는다는 원칙은 확실히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참 많다. 양현종의 해외 진출,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을 고루 따져야 FA에 대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뼈 있는 말도 남겼다. 그는 "둘 중 특히 한 선수는 (FA 시장에서) 그만한 자원이 드물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보다 그 선수는 (놓는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FA 영입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어떻게 풀릴지 아무도 모른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