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48)에게 의외의 사건이 터졌다. 지난 11월 9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입국을 불허 당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일본 측이 밝힌 입국 불허 사유는 석연치 않았다. 그는 독도 관련 행보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정치적인 행보를 전혀 하지 않던 이승철이 독도 문제를 강경하게 꺼내들자 온라인은 뜨겁게 반응했다. 일련의 행보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이승철은 "다 음악의 힘, 그 희망을 믿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며 정확히 선을 긋는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그는 "3년전 김천교도소에서 합창단 프로젝트를 했고 '그날에'는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한 일이다. 음악을 만난 후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삶의 희망이 싹트더라"며 "독도 문제로 양국간 논란이 붙었을 때 '그날에'를 무료로 배포한 것도 음악으로 양국간의 뜨거운 논쟁을 끌어안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날 뻔 했던 이번 독도 사건은 29년차 가수 이승철의 음악적 삶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노래 잘하는 가수'를 넘어서 대중적 책임감을 떠안는 가수로 고민의 수준은 깊어졌다. "마치 숙명처럼 이번 일이 내게 왔다. 가수로서 내게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렸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이승철이 밝힌 입국 거부 스토리
이승철은 9일 오전 일본 지인의 초대로 아시아나 항공편을 이용해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출국사무소에 4시간가량 억류됐다가 그날 다시 귀국한다. 당시 출입국사무소의 직원은 입국 거부 이유로 '최근 언론에 나온 것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8월 독도에서 통일송을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이야기. 이승철은 "날 출입국사무실로 데려가더니 질문을 했다. 유명 가수가 맞냐고 묻더니, 얼마 전에 언론에 난거 때문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심문하는 곳에 데려가더니, 91년도 대마초 사건 얘길 꺼내더라. 안타까운 표정까지 지으며 상륙을 불허했다"며 "대마초 사건은 그제야 신원조회를 하다가 알게 된거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내도 입국을 거부시켰다. 적어도 아내는 도장을 찍고 내보내야 할 거 아닌가. 무례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래도 통쾌한건 독도입도지원센터가 재추진됐다는 거다. 내가 불이익을 당했지만 기분 좋게 흡족했다"고 전했다.
▶김장훈 잇는 독도 지킴이 될까
이승철은 분명히 변했다. 가수로서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신곡을 발표하고 투어를 도는 가수에서 독도를 연구하고, 통일에 관심 갖는 가수로 성장했다.
그는 "'그날에'가 국민적인 노래가 됐다. 나 역시 큰 책임감이 생겼다. 내 공연의 엔딩곡인데 격이 달라진 느낌"라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에 '그날에'를 독도에서 부른다고 했을 때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정치적인 문제란 생각에 고민도 컸지만 운명처럼 내게 온 곡"이라며 "내가 '그날에'프로젝트를 꾸준히 준비해오지 않았다면 아마 같은 일을 당했더라도 개인적으로 화만 내다 끝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날에'가 마치 이 사건을 위해 계획된 일 같다"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이승철은 탈북청소년들과 부른 '그날에'에 통일의 염원을 담아 불렀다.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기 위해 UN본부에서 열린 NGO총회에서 공연했고 북한의 인권사정을 전세계계에 알리기 위해 하버드대에서 자선공연까지 펼쳤다. 이 과정은 모두 다큐멘터리 '그날에'(KBS 내년 1월8~9일 방영예정)에 담겼다.
"내가 해야할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겼다. 대한민국 가수로서 이런 일은 해줘야한다는 생각이다. 김장훈과 만나서 독도에 관한 연구도 하고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할 생각이다. ‘그날에’를 모란봉합창단과 부르고 난 지휘를 하고싶다."
▶일본 공연비자 또 신청할 것
운명처럼 이승철과 만난 곡 '그날에'를 중심으로 둔 프로젝트는 이제 계속된다. 이승철은 12월 3일 진행된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에서 홍콩 어린이 합창단과 '그날에'의 영어 버전을 부를 예정이다. 또 세계 유명 가수들과 콜라보도 계획돼 있다. U2 보노 등 외국 유명가수들에게 함께 하자는 편지를 보낸 상태다.
2015년엔 '그날에-하나된 그날을 꿈꾸며'란 타이틀로 30주년 기념공연에 돌입한다. 월드투어 도시엔 도쿄와 오사카도 포함됐다. "일본에 공연비자를 당당히 신청할 거다. 안들여 보내줘도 뉴스고, 들여보내 줘도 뉴스가 아니겠나. 난 가수다. 정치적, 외교적 도구가 아닌 음악으로 말해야 하는 게 내 책무아니겠나. 책임감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최선의 방법을 계속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