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맨' 신명호(31)가 전주 KCC 허재(49) 감독을 춤추게 했다. 7년 차의 베테랑 신명호는 프로에서 허 감독 이외에는 다른 지도자 밑에 들어가지 않았다. 호랑이 감독 밑에서 7년을 있으며 내공을 쌓았다. 그가 지난 2일 인천 전자랜드 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9득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팀의 88-77 완승을 이끌었다. 팀의 9연패도 끊어냈다.
허 감독은 지도자 데뷔 시즌이던 2005-2006시즌 이후 9년 만에 9연패에 침울해 있었다. 오랜 만에 활짝 웃은 허 감독은 "(신)명호가 활력소와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신명호는 "7년 동안 함께 지내며 경기장 밖에서 만나질 않았다. 칭찬도 많이 안해주신다. 경기장에서는 더 무섭다"면서도 "이럴 때(칭찬해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허 감독과 신명호의 인연은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경희대를 졸업한 신명호는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KCC에 지명됐다. '농구 대통령' 허 감독의 선택을 받아 기대를 모았다. 신명호와 허 감독은 KCC의 두 차례 통합챔피언을 함께 일궈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득점력이 좋았던 신명호는 수비형 선수로 변신했다. "양동근도 껄끄러워할 선수"란 평을 들으며 끈질긴 수비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환희는 길지 않았다. 이후 KCC는 기나긴 침체기에 빠졌다. 신명호가 2009~2011년 상무를 다녀온 이후 KCC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수비력으로 칭찬 받던 신명호도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절하됐다. 지난 시즌부터 주장이 된 신명호는 "신인 때는 참 성적이 좋았는데…. 고참이 되고 나서 안 좋으니까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시즌은 반전의 기회였다. 거인 센터 하승진(29)이 사회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안양 KGC인삼공사에서 국가대표 가드 김태술(30)까지 영입해 다크호스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CC는 크게 흔들렸다. 김태술은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했고, 하승진은 운동량이 부족했다. 신명호는 "9연패에 빠지며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패배의식 비슷한 것도 생겼다"며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다"고 떠올렸다.
2일 전자랜드 전을 앞두고는 김태술이 장염으로 팀 전력을 완전히 이탈했다. 허 감독은 7년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한 신명호에게 SOS를 쳤다. 이번 시즌 신명호의 평균 출전시간은 8분 52초에 그쳤다. 하지만 전자랜드 전에서는 28분 20초를 뛰며 주전 포인트 가드로 맹활약했다. 신명호는 "이제 겨우 연패를 끊었다. 다시 연패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감을 찾아 반전하면 6위에 들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