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은 입단 11년 만에 세계대회 첫 우승 기회를 잡은 나에게도, 지난해부터 부진에 빠져 있는 한국바둑에도 중요하다. 좋은 내용으로 후회가 남지 않는 결과를 거두겠다."
한국바둑의 새 희망 김지석 9단(25)이 생애 첫 세계 정상을 향해 출격한다. 무대는 오는 9일부터 중국 시안의 그란 멜리아 호텔 특별대국실에서 열리는 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김지석에게 이번 결승전은 2003년 프로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후 세계대회 결승에 처음 오른 만큼 일생일대의 승부처다. 또 지난해부터 7연속 메이저 우승컵을 중국에 내준 한국바둑으로서는 7전8기를 벼르는 대회다.
결승 상대는 중국의 탕웨이싱 9단(21). 전기 대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이세돌 9단을 결승에서 2-0으로 꺾고 첫 세계제패를 이뤘던 신흥강자이다. 삼성화재배 한·중 결승전은 5년 연속이며 통산 12번째이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김지석은 더블 일리미네이션 32강전(4인 1조의 조별리그에서 2승자와 2승1패자가 16강에 진출)에서 천야오예와 탕웨이싱을 연파한 후 16강전에서 루이나이웨이, 8강전에서 룽이, 그리고 3번기의 4강전에서 스웨를 2-0으로 꺾었다. 모두 중국 기사들이다.
탕웨이싱은 32강전에서 김지석에게 일격을 맞았으나 최철한에게 2승을 거두고 16강에 합류한 후 무라카와 다이스케와 강동윤, 그리고 4강전에서 박정환에게 2-1로 승리했다. 김지석이 6연승 행진을 벌인데 비해 탕웨이싱은 아슬아슬하게 고비를 넘기며 6승2패로 올라왔다.
김지석은 여러 자료에서 탕웨이싱을 능가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32강전 승리 등 역대전적에서 3승1패로 앞서 있다. 올해 열린 세계대회 개인전에선 14승1패로 발군이다.
삼성화재배 결승에 이어 LG배 결승에도 올라 내년 2월 박정환 9단과 타이틀전을 벌이며, 연말엔 춘란배 8강전에도 출전한다. 유일한 패점인 백령배 8강이 '옥에 티'일 정도다. 반면 탕웨이싱은 백령배 64강, 춘란배 16강, LG배 16강에 그치며 총 전적 8승5패로 평범하다.
지난해 탕웨이싱과 결승전을 치렀던 이 대회 최다 우승자 이세돌 9단은 "절정의 기량을 펼치는 김지석이 우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점치면서 "탕웨이싱에겐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데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별들의 제전'으로 불리는 2014 삼성화재배는 총상금 8억원, 우승상금 3억원의 메이저 세계대회이다. 지난 열여덟 번의 대회에선 한국 11회, 중국 5회, 일본 2회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