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④] 유준상 "'진짜사나이' 방송보다 순간 울컥"

유준상(45)은 배우라는 한 단어에 담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포털 사이트 프로필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서·공연·방송·영화·앨범 등 프로필의 모든 카테고리를 채웠다. 뮤지컬로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로 연기 영역을 넓히며 20여년간 활동한 그는 2012년 유쾌하고 엉뚱한 일상과 생각을 담은 도서 '행복의 발명'을 출간했다. 올 초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도 열었다. 모든 감각 기관을 열고 그만의 방식으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유준상. 이쯤되면 예술가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그런 그가 최근 두번째 앨범을 냈다. 지난해 첫번째 솔로 앨범을 낸 그는 이번엔 기타리스트 이준화(25)와 함께 'J n joy 20' 앨범를 발매했다. 이달 25일엔 첫번째 단독 콘서트도 개최한다.

누구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유준상을 어렵게 취중토크 자리에 앉혔다. 그를 만난 장소는 이준화와 함께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는 신사동 작업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며 그가 직접 택한 장소다. 막걸리를 마시며 인터뷰를 하는 중간중간 이준화의 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음악 및 앨범과 관련된 인터뷰는 이준화도 함께 했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죠. 촬영한 소감이 궁금해요.
"진짜 리얼이더라고요. 너무 힘든 순간에 제작진에게 눈짓, 손짓 다 해봤는데 못 본 척하더라고요."



-진짜 열심히 훈련을 받았어요.
"진짜 격하게 열심히 했어요. 훈련 마치고 다음 날 '그날들' 연습하러 갔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못 하겠더라고요. 온 몸이 아파서 결국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았어요. '진짜사나이' 촬영 다녀온 후 며칠은 고생했어요."



-어떤 훈련이 가장 힘들던가요.
"군대가 참 신기한 곳인게 나오면 아무런 생각이 안나요.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훈련은 분명히 힘들었는데 그것 보단 오히려 다 끝나고 난 다음에 나올 때 힘들었어요.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몸이 확 아프더라고요."



-아빠처럼 동기들과 신병을 보듬어줬어요.
"저보다 스무살 넘게 어린 친구들이고 다 자식같고 동생같고 그랬어요. 그래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 출연한 아내 홍은희씨가 화생방 훈련을 잘 했죠. 화생방 훈련할 때 많이 신경쓰였겠어요.
"아내가 진짜 잘했거든요. 그렇게 버티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아내가 잘해서 저도 약간 부담이 됐죠. 못버티고 움찔 하거나 중간에 포기하고 나오면 모양새가 좀 그렇잖아요. 다행히 잘 버텼어요.(웃음)"



-방송을 보면서 어땠나요.
"좀 짠하더라고요. 조국기도문을 낭독하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순간 울컥했어요. 쓸 때는 담담하게 썼는데 읽어내려갈 땐 울컥했거든요. 방송을 볼 때도 그 부분에서 감정이 북받치더라고요."



-방송을 본 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아이들은 안 봤어요. 첫째는 (동시간대 방송된) SBS '런닝맨'을 보느라고 제가 나오는 걸 안 보더라고요. 하하하. 작은애는 원래 TV를 안 보고요."



-'진짜사나이' 출연하고 좋았던 점은 뭔가요.
"제 20대와 다시 만나서 좋았어요. 또 제가 있었던 옛날 부대를 다시 가서 좋았어요. 언젠가 한 번 다시 가고 싶었거든요. 계속 미뤄왔는데 이번 기회가 가서 보람도 되고 좋았죠. 사실 촬영하기 전에 일찍 가서 주변 동네도 돌아다니고 그랬어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에 또 출연할 생각이 있나요.
"예능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진짜사나이' 같은 경우는 리얼리티인데 재밌어야하니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뭔가 웃겨야된다는 부담감도 있고요."

-여러 분야를 오가면서 참 바쁘게 사는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들면서 쉬니깐 괜찮아요. 음악을 만들고 잘 때 들으면서 스스로 '잘 만들었네'라는 생각을 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음악을 만들고 제가 만든 음악을 들으면 힐링이 돼요."



-프로필을 보면 공연,앨범,방송,영화,도서 등 모든 카테고리에 하나 이상 채워져있어요. 아직도 못 이룬 꿈이 있나요.
"그렇네요. 10~20년 전부터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걸 하나씩 실현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언젠가 꼭 써봐야지 했는데 책도 냈고요. 20년 전부터 그림을 꾸준히 그렸는데 덕분에 전시회를 열게 됐고요. 학창시절부터 꿈꿨던 음악도 하고 있고요. 그런데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막연히 중고등학교 때부터 생각한건데 아트스쿨을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 아트스쿨 건물 도면을 만든 적이 있어요. 꿈을 실현하는 게 사실 쉽지 않은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짓고 싶어요."

김연지 기자 [e-mail]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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