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열린 `2014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박종욱 리틀야구대표팀 감독이 수상 후 선수들과 우승 세리머니를 재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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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시상식은 뜻깊은 자리다. 한 해를 돌아보는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는다. 시상식에 초대를 받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올 한 해를 참 잘 보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서건창(25·넥센)이다. 프로야구 최초로 한 시즌 200안타 고지를 밟은 서건창은 올해 각종 시상식의 대상을 휩쓸고 있다. 하지만 서건창 못지 않은 시상식 단골 손님이 있다. 바로 리틀야구 국가대표팀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리틀야구 국가대표팀은 올해 각종 시상식에서 빠지지 않는 인기스타다. 지난 8일에는 일구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지난 3일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는 대표팀을 이끈 박종욱 감독이 아마지도자상을 받는 등 풍성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 뜨거운 여름을 보낸 대표팀이 거둔 '결실'이다. 유니폼을 갖춰입은 리틀야구 선수들은 쟁쟁한 프로야구 선수들과 나란히 시상식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대문 리틀 야구단 소속의 전진우(13·잠신중) 군은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시상식에서 같이 큰 상을 받아 정말 기쁘다"며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더 많은데 이런 자리에 함께 하게 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박종욱 감독은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 몰랐다. 이 정도 열기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대회 후) 공항에 들어올 때부터 (많은 환영 인파에) 깜짝 놀랐다"며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할 것 같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5년 이후 29년 만에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리틀야구 국가대표팀의 박종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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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야구대표팀은 지난 8월 열린 제 68회 세계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예선부터 결승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6연승을 달리며 금메달을 따냈다. 우리 대표팀이 리틀야구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1985년 이후 29년 만이다. 현재 리틀 전용 야구장이 전국에 단 7개 뿐인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성과를 내 더 의미가 있다. 박종욱 감독은 "미국에서 대회를 할 때 현지 관계자들이 '그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야구를 하느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리틀야구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박 감독은 "내가 초등학교 때 야구를 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도 크게 나아진 점이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어린 선수들은 똘똘 뭉쳤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큰 주문을 하지 않았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하자'는 당부만 했다"며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 선수들이 제 실력만 발휘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우승 비결'을 공개했다. 박 감독이 주문한 '즐기는 야구'가 통했다. 대회 참가를 위해 약 30시간 동안 경유지 3곳을 들러 가는 길부터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던 데다가, 현지 음식도 어린 선수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라운드에서는 연일 '즐거운 야구'가 펼쳐졌다. 처음엔 그저 '미국에 간다'는 사실에 들떠있던 선수들은 부담감 없이 제 실력을 뽐냈다. 전진우 군은 "미국에 갈 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자고 말하고 갔는데, 좋은 성적까지 내고 와서 더 기분이 좋다"며 "아직도 경기 장면을 보면 닭살이 돋는다"며 웃음 지었다.
이제 막 야구에 첫 발을 내딛은 선수들의 선전에 더 의미가 깊다. 박 감독은 "선수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고 왔다"며 "아이들이 앞으로 야구를 계속하면서 프로나 대학에 간다고 할 때도 이때의 기억이 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