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논란을 낳았던 K리그 드래프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6년 부활한 뒤 8년 만이다. 마지막 드래프트 현장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2015 신인선수선발 드래프트가 열렸다.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과 챌린지의 9개 구단(상주 상무, 안산 경찰청 제외)이 참가했다. 역사의 마지막 현장은 썰렁했다. 감독이 참가하지 않은 팀이 대부분이었다. 울산 현대의 윤정환(43) 감독과 성남FC 김학범(54) 감독, 서울 이랜드FC의 마틴 레니(39) 감독, 광주FC의 남기일(40) 감독만 드래프트 현장을 찾았다.
526명이 프로 선수의 꿈을 꾸고 드래프트에 지원했다. 그러나 자유선발과 신생팀 우선지명(이랜드)을 빼면 48명만 드래프트를 통해 꿈을 이뤘다. 각 구단들은 선수를 뽑지 않겠다는 의미의 "패스"만 연발했다.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 시티즌, 경남FC는 아예 1명의 선수도 뽑지 않았다. 대부분 구단이 1~2명만 뽑았고, 충주 험멜이 6명을 뽑아 가장 많은 신인을 선발했다. 각 구단들이 운영비를 줄이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반영됐다.
드래프트 장을 찾은 대학교 감독과 선수 에이전트의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축구를 통해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선수가 늘어나면 한국 축구에 미래는 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K리그 무대를 밟은 신인 선수는 113명. 올해는 우선지명과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된 신인은 84명에 그친다. 취업율이 지난해 23.1%에서 16%로 뚝 떨어졌다.
새로 뽑힌 신인들의 표정도 밝지만 않았다. 해체설에 흔들리는 경남FC의 신인 최봉진(22)은 "구단에 안 좋은 소식을 듣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해체는 안 된다. 꿈을 이룰 기회는 받았으면 한다"고 간절하게 말했다. 미국프로축구(MLS)에서 드래프트를 경험했던 레니 감독도 "미국과 차이가 컸다. 드래프트를 하나의 축제처럼 화려한 행사로 치렀다"면서 "마지막이라 그런지 썰렁해 보였다"고 했다.
한 기업구단 관계자는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내년부터 각 구단의 보유선수 규정이 바뀐다. 23세 이하 선수를 제외하면 25명으로 제한된다"며 "앞으로 축구계 취업의 문턱은 더 높아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2016년 신인부터 K리그는 전면 자유선발로 신인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