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기보다 '원 인터 회식'에 가까웠다. 8일 오후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tvN 금토극 '미생'의 오민석(강대리)·전석호(하대리)를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오민석은 주량이 맥주 2잔이라며 숙취 해소 음료를 들이켰다. 극중 꼼꼼한 성격 그대로다. 소속사가 없어 홀로 다니는 전석호는 취중토크 장소를 찾는데도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다행히 지각않고 제 시각에 도착한 그는 90도로 깍듯이 인사한 뒤 "이모! 여기 소주 한병이요"를 외쳤다. 오래간만에 취중토크 자리가 제대로 무르익었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요. 밝혀주시죠.
오민석 (이하 오) "500cc 생맥주 두 잔이면 얼굴이 빨게 져서 잘 못마셔요. 자주 마시는 편인데 많이 마시지는 못하죠."
전석호 (이하 전) "소주 두병 정도? '기분 좋음'이 유지되는 양이 딱 두 병 정도인 것 같아요. 두 병이 넘어가면 고개를 푹 숙이고 졸기 시작하죠. 그러다가 재미있는 얘기, 혹은 여자 이야기가 나오면 눈이 번쩍 떠져요. 아주 뻔한 남자죠.(웃음)"
-극중 하대리의 부하직원은 안영이, 강대리의 부하직원은 장백기잖아요. 만약 네명의 신입 중에(장그래·장백기·안영이·한석율) 중에 직접 내 부하직원을 뽑는다면 누구를 뽑고 싶으세요.
오 "이 질문에 내 새끼 얘기 안하면 삐질 것 같은데요?(웃음) 백기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한석율 같은 후배가 들어오면 좋을 것 같아요. 석율이는 정말 귀여워요. 회사일이라는게 얼마나 짜증나고 힘들어요. 그런데 석율이 같은 후배가 까불고 장난치면 웃음이 날거 같아요."
전 "일단 네 명 모두 일을 너무 잘하는 사원들이라서 좀 어렵네요. 그래도 장그래가 좋을 것 같아요. 저한테 질문도 안하고, 뭐라고 지적도 못할거 같아서 편할거 같아요.(웃음) 안영이는 유능하고 멋있지만, 제가 워낙 여성분들을 대하는것이 불편해해서 힘들거 같아요. 사실 제가 남자끼리 말도 좀 험하게 하거든요. 여성분들에게 그렇게 말할 순 없잖아요."
-'미생' 인물들 중 내 상사 였으면 하는 캐릭터는요?
오 "정과장(정희태)이요. 가장 정이 많은 인물인 것 같아요. 그리고 김대리, 대명이 형이요. 대명이형은 최고에요. 김대리도 최고고, 실제 대명이 형으로도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같이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전 "저는 한석율이 후배가 아닌 상사라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시키는 일 딱딱 정해주고 그 시키는 일만 끝나면 뭐라고 안할 것 같아요. 재미도 있을 것 같구요."
-각자 극중 직속 부하 직원인 안영이 강소라씨와 장백기 강하늘씨 자랑좀 해주세요.
오 "하늘이 정말정말 좋아요. 저보다 열살이 어린 친군데 연기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해요. 보면서 제가 반성하게 된다니까요. 아마 같이 연기해본 사람들은 다 알꺼예요. 하늘이는 슛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장백기게 빙의된 것 같아요. 디테일이 남다르죠. 조근조근한 친군데 조만간 '미친 연기'로 일한번 칠 거예요. 하늘이는."
전 "사실 강소라 씨는 아직 조금 불편해서.(웃음) 진짜 성격도 좋고 착하신데 너무 예뻐서 딴 세상 사람 같아요. 연예인 보는 기분이에요."
오 "저는 소라씨랑 겹치는 신이 거의 없어서 '미생' 촬영하면서 3번 밖에 못봤어요. 진짜 연예인이에요. 석호는 진짜 복받은 거예요.(웃음)"
-극중 장백기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출신으로 극중 설정됐죠. 하대리와 강대리의 '스펙 설정'은 어떻게 돼있나요. 특별한 설정이 없다면 각자 캐릭터에 맞게 '스펙'을 정해볼까요.
전 "원 인터내셔널이 굴지의 대기업이니까 하대리도 서울 4년제 대학 정도는 나왔겠죠? 그런데 하대리라면 '외국에 있는 아주 좋은 대학을 나온 수재'까지는 아니라고 봐요. 그 대신 과 활동이라던가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굉장히 활동적인 대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안영이를 대 하는 걸 보면 여자들이 많은 조직에는 속했던 적이 없을 것 같고, 축구 동아리 처럼 남자가 많고 선후배 위계 질서가 확실한 집단에 소속돼 있었을 것 같아요."
오 "강대리 역을 처음 맡았을 때부터 '친 형을 연기하자'고 생각했죠. 형이 엘리트 코스를 밟고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거든요. 강대리처럼 외국어도 엄청 잘하고 비슷한 점이 많아서 스펙도 형의 스펙을 그대로 설정했어요.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형에게 '진짜 대리가 회사에서 이래?'라고 물어보니까 '딱 난데?'라고 하더라구요. 지금 형은 대리가 아닌 과장이지만요. (웃음)"
-하대리와 강대리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신경쓰신 부분이 있나요.
전 "하대리라는 정해진 캐릭터에 저를 맞추기 보다 내가 하는 연기가 곧 하대리가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실제로 하대리라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요? 그저 전석호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어요. 그리고 아주 다행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저를 모르시잖아요? 그래서 편하게 연기 했어요. '미생'에서 보이는 하대리가 진짜 저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웃음)"
오 "옆에서 봐도 석호는 진짜 '날로' 먹었어요.(웃음) 그냥 석호 그 자체가 하대리에요. 얼마나 편했겠어요. 반대로 저는 강대리와 실제 성격이 많이 달라서 좀 힘들었어요. 평소에는 시끄럽고 손동작도 크고 잘 웃거든요. 웃을 때는 옆에 사람들을 살갑게 만지기도 하구요(웃음) 그런데 강대리는 워낙 진중하고 웃음이 많은 인물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촬영장에 가면 철저히 '강대리화' 되기 위해 일부러 자세도 바르게 하고 표정도 좀 딱딱하게 해요. 처음에 대리들끼리 술을 마시는데 다들 엄청 놀라더라구요. '얘 이렇게 말 많은 애였어? 그동안 완전이 메소드 연기였네'라고 하던대요. 하하."
취중토크② 에 계속
이승미·박현택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장소제공=깐부치킨 압구정현대점 (일간스포츠 연예팀 페이스북 : www.facebook.com/ilganen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