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은 지난 9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외야수 부문 후보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는 멋진 턱시도를 차려입고 등장했다. 평소 패션 센스가 남다르기로 유명한 박용택 다웠다. 사진 촬영 구역에 선 박용택은 엄지손가락을 펼치며 포즈를 취했다. 이어 팬들에게 인사를 한 뒤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수상에 관한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내가 받으면 큰 일 난다"며 웃었다. 본인은 수상하지 못할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그는 "일부러 신경 써서 왔다"고 했다.
박용택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하는 걸 뻔히 알고 있다"며 "영화제를 보면 상을 받는 사람만 오는 것 같지 않다. 다들 함께 즐기더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도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그런 쪽으로 유도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선수들은 그런 부분에서 인식이 약한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신경 써서 왔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프로야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축제의 장'이 열리는 만큼 함께 해야한다는 뜻이었다.
KBO는 후보자들에게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석을 권유했다. 시즌이 끝난 시기에서 팬들이 선수들을 만날 기회는 시상식 뿐인 만큼 많은 참석을 희망했다. 하지만 부상 또는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선수가 여럿 있었다.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최형우(삼성)과 양의지(두산)은 각각 부상 치료와 신혼여행으로 불참했다. 박용택은 본인이 수상하지 못할 걸 알고 있지만,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 위해 멋진 모습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박용택 뿐만 아니라 박한이(삼성)·유한준(넥센)·민병헌(두산) 등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한 선수들은 자리에 끝까지 남아 동료들을 축하했다.
박용택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2012~2013시즌 외야수 부문 황금장갑을 차지한 그는 이번 시상식에서 빈손에 그쳤다. 총 유효표 321표 가운데 72표를 받아 5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실망하는 기색은 없었다. 수상자로 최형우(삼성)·나성범(NC)·손아섭(롯데)의 이름이 불려질 때 진심을 담아 축하의 박수를 쳤다. 박용택의 던진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