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의 희망 김지석(25) 9단이 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 마침내 생애 첫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김지석의 세계 제패로 부진에 빠져 있던 한국바둑도 2년 만에 우승컵을 안았다.
김지석은 10일 중국 시안의 그란멜리아호텔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중국의 탕웨이싱(21) 9단에게 197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김지석은 이로써 전날 1국 불계승에 이어 종합 전적 2승으로 패권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2003년 11월 프로 무대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래 11년1개월만의 쾌거다. 나이로는 24세6개월 만이다.
김지석은 그 동안 국내 랭킹 2위 자리를 13개월 연속 차지하는 등 톱클래스 반열에 자리하고도 국제 무대 징크스에 시달려 왔다. 현재 2관왕(올레배ㆍGS칼텍스배)에 군림 중인 국내기전의 우승 회수는 4회다. 그러나 세계 대회에선 몇 차례의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확연히 달라졌다. 삼성화재배 우승 외에 LG배의 결승에도 올라 내년 2월 박정환 9단과 패권을 다툰다. 또 춘란배도 8강에 진출해 오는 25일 중국 허페이로 출격한다. 올해 세계 대회 개인전에서 16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바둑은 2012년 이세돌의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7연속 메이저 우승컵을 중국에 내주며 깊은 침묵에 빠졌지만 김지석의 활약으로 '2년 무관(無冠)'에서 탈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중국에 빼앗겼던 삼성화재배 탈환에 성공함으로써 통산 우승 횟수를 12회로 늘렸다. 중국의 5회와 일본의 2회를 압도한다. 반면 전기 대회 우승자 탕웨이싱은 중국 기사 최초의 한 대회 2연속 우승 달성이 무산됐다.
김지석은 "긴장도 하고 부담도 많았는데 매우 기쁘다. 입단할 때부터의 목표였던 세계 대회 우승을 이루게 돼 다른 때보다 더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2국 종료 후 거행된 시상식에서 김지석은 우승 트로피와 함께 3억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별들의 제전'으로 불리는 2014 삼성화재배는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는 총상금 8억원의 메이저 대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