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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킹’ 이동국과 아시안컵의 희노애락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최대 고민은 최전방 공격진이다. K리그 간판 이동국(35·전북)과 김신욱(26·울산)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박주영(29·알 샤밥)은 최근 소속 팀에서 꾸준히 뛰지만 골 소식을 들려준지 오래 됐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골 결정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슈틸리케 감독은 잠시 한숨을 쉬며 "골문 앞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동국의 부상이 안타깝다. 그는 올 시즌 막판 종아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동국은 누구보다 아시안컵과 인연이 깊은 골잡이다. 2000년(레바논)부터 2004년(중국), 2007년(동남아 4개국)까지 3개 대회 연속 출전했다. 2000년에는 이란과 8강전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4강, 중국과 3·4위전까지 3경기 연속 골을 작렬했다. 특히 숙적 이란과 8강전에서 터뜨린 결승골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은 후반 26분 카림 바게리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 45분 김상식의 극적인 동점골로 원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 전반 10분 이동국의 발에서 짜릿한 결승골이 나왔다. 2004년에도 변함 없이 활약은 이어졌다. 이동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와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와 3차전에 이어 이란과 8강에서도 또 골 맛을 봤다. 두 대회 연속 3경기 연속 득점 행진이었다. 한국은 이란에게 난타전 끝에 3-4로 무릎을 꿇어 이동국의 득점도 빛을 잃었다.

2007년 대회는 큰 상처였다. 이동국은 기간 중 동료 국가대표 선수인 이운재(오른쪽), 김상식, 우성용과 함께 숙소를 무단이탈해 새벽 늦게까지 자카르타 현지의 룸사롱에서 심야 음주 파티를 벌여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중앙일보 DB
2007년 대회는 큰 상처였다. 이동국은 기간 중 동료 국가대표 선수인 이운재(오른쪽), 김상식, 우성용과 함께 숙소를 무단이탈해 새벽 늦게까지 자카르타 현지의 룸사롱에서 심야 음주 파티를 벌여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중앙일보 DB


2007년은 이동국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이동국은 조별리그 3경기와 8강, 4강까지 모두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한국은 4강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뒤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3위를 차지했다. 더 큰 사건은 대회 후 불거졌다. 이동국과 이운재 등 일부 선수들이 대회 기간 중 음주를 한 사실이 밝혀져 엄청난 곤욕을 치렀다. 가뜩이나 성적이 좋지 않았던 터라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이동국은 대표선수 1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돌이켜보면 이동국에게는 아픔이 두 배였다. 당시 이동국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입단이 확정된 직후였다.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에 이어 4번째로 '꿈의 무대' 프리미어리그를 밟은 한국 선수가 됐다. 더구나 포지션이 아시아 선수에게 쉽게 문을 열지 않는 스트라이커라 의미가 더 남달랐다.

냉정히 말해 이동국에게는 팀 적응이 가장 필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사령탑이었던 핌 베어벡 전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을 차출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고 이동국도 그 후 영국 무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물론 이동국이 미들즈브러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유가 전적으로 아시안컵 때문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동국 입장에서는 대표팀을 위해 또 한 번 엄청난 희생과 댓가를 치렀다고 느낄 만한 상황이었다.

이동국은 11일 프로축구연맹 신인선수 교육에 참가했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때는 이동국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을 중용하지 않았고 아시안컵에도 데려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4년이 또 흘렀다. 이동국이 2000년부터 아시안컵 무대를 밟았으니 14년이 지났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청년이던 그는 어느덧 K리그 최고참급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 스트라이커다. 한국 축구 공격수 계보가 끊겼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동국이 그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굳건히 지켜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동국은 11일 프로축구연맹 신인선수 교육에 참가해 강연을 마친 뒤 "지금으로서는 무리 없이 아시안컵에 가기는 힘든 상황이다"고 솔직히 말했다. "근육은 다 붙었지만 근육량이 부족한 상태다"며 "지금 재활에서 무리를 하면 내년 한 시즌이 다 망가질 수도 있는 시점이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사실 호주 아시안컵 출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동국의 나이로 봤을 때 이번 아시안컵은 그가 현역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나설 수 있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가 될 것으로 보여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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