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64경기 24득점, 2006년부터 3개 대회 연속 월드컵 출전, 2005년 6월부터 대표경력 10년.
국가대표 간판 공격수 박주영(29·알 샤밥)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는 빛나는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 아시안컵 출전 경험은 전무하다.
박주영은 2005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A매치 데뷔전를 치러 종료직전 짜릿한 동점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국제 무대에 입성했다. 스물 한 살의 나이에 2006년 독일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인상적인 활약은 못 보였지만 한국 축구를 이끌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7년 7월 동남아 4개국(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는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사령탑 핌 베어벡 전 감독은 박주영 대신 이동국(전북)과 조재진(은퇴), 이근호(엘 자이시), 염기훈(수원) 등을 공격 자원으로 선발했다. 박주영은 예비명단 7명에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본선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한국은 2007년 아시안컵에서 3위에 그치고 베어벡 감독은 물러났다. 2007년 말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으면서 박주영은 국가대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한다. 허 전 감독은 타고난 센스에 유럽 리그에서 뛰며 몸싸움 능력까지 겸비한 박주영을 매 경기 중용했다. 박주영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고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을 작렬하며 한국을 원정 첫 16강으로 이끌었다. 남아공월드컵 직후 허 감독이 사임하고 조광래 전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조 전 감독은 박주영을 끔찍하게 아꼈다. 주장 완장까지 맡기며 신뢰했다. 조광래호의 첫 메이저 무대였던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은 박주영에게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의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 직전이던 2010년 12월 소속 팀에서 득점을 올린 뒤 무릎 부상을 당했다. 2010년 말 광저우아시안게임 출전 등 1년 이상을 휴식 없이 달려온 게 원인이었다. 결국 박주영은 카타르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만다.
또 4년이 지나 이제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박주영은 지난 6월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돼 월드컵 3회 연속 출전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아시안컵 출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다.
박주영은 13일(한국시간) 알 이티하드와의 12라운드 원정 경기에 풀타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팀은 1-0으로 이겼다. 지난 10월18일 알 힐랄과 7라운드 리그 데뷔전에서 골맛을 본 뒤 5경기 째 침묵이다. 최근 4경기 연속 풀타임이라 출전 기회가 적은 것도 아니다.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가이드라인으로 내세운 꾸준한 경기 출전은 해결했지만 골 소식을 들려준 지 너무 오래 됐다.
이동국과 김신욱(울산) 등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힘들어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자원은 박주영이다. 그러나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이 최근 소속팀에서 풀타임 출전하고도 골을 넣지 못해 고민이다"고 직접 우려를 나타냈다.
호주 아시안컵 최종 명단은 22일 발표된다. 박주영이 2전3기 끝에 생애 처음 아시안컵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