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민물장어의 꿈' 가사 중)
고 신해철의 49재에서 유가족과 팬들 등 300여명이 고인을 추모하며 '민물장어의 꿈'을 불렀다.
14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서는 지난 10월 27일 세상을 떠난 故신해철의 49재가 열렸다. 이날 의식은 고인의 팬 클럽 '철기군'의 주최였으며 유가족과 동료 연예인은 물론 팬들도 참석했다. 준비된 좌석의 맨 앞자리에는 고인의 부인 윤원희 씨와 어린 딸·아들이 앉았다.
유가족을 포함해 이른 시간부터 이 자리에 모인 300여명은 모두 깊은 슬픔에 빠져있었다. 이들은 정성껏 쓴 마지막 편지를 고인의 영생목에 묶으며 소리내어 울었다. 이때 추모곡으로 '민물장어의 꿈'이 울려퍼졌다. 고인은 지난 2010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물장어의 꿈'은 내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가 가장 아끼는 노래였던 이 곡의 후렴구에서 팬들은 노래를 부르며 통곡했다.
이날 넥스트의 보컬 이현섭은 고인의 약력을 소개했다. 그는 고인의 출생일과 사망일, 출생지, 종교, 직업과 가수로서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어 팬 대표 홍옥기씨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는 "여전히 그의 부재가 실감나지 않습니다. 잘 생긴 아이돌 가수로 첫 만남을 가졌고, 늘 새로운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천재로 곁에 있었습니다"라며 "그는 위대한 음악가였고 또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려줬고, 아픔이 있는곳을 다독이며 슬픔자를 위로하는 우리의 리더였습니다.부디 그가 이곳에 아픔과 무거움은 내려놓고 좋았던 기억과 따스한 추억을 간직하고 가시길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진 팬 대표 유혁준씨는 "신해철이 우리곁을 떠난지 어느덧 49일이 됐습니다. 그를 통해 내가 알던것보다 더 넓은 세상을 알게됐습니다. 해철님을 떠나 보낸 후 매일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것은 그의 억울한 죽음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언젠가 해철님을 다시 만나게 되면 '사랑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추모했다. 두 팬 대표는 덤덤한 목소리로 추모사를 읽어 내려갔지만 듣는이들은 뜨거워진 눈으로 고인을 함께 추모했다.
헌화식에서는 팬이라면 누구나 헌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1층에서 고인의 유해가 모셔진 2층으로 돌아 오르는 야외 계단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5·10명씩 무리를 나눈 팬들은 저마다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영정앞에 고개를 숙였다. 일부 팬들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큰소리로 울기도 했다.
故신해철은 지난 10월 17일 서울 S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했다. 이후 22일 심정지로 쓰러졌으며 서울 아산병원으로 이동해 긴급수술을 받았으나 27일 숨졌다.
고인의 장 협착 수술을 집도해 의료사고 논란을 빚은 서울 S병원 강 모 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2차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의 과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이후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의 채무규모는 9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편 24일을 전후로 故신해철의 생전 글을 모은 유고집 '마왕 신해철'이 발간된다. 27일에는 그가 소속됐던 밴드 넥스트의 1~7기 멤버들이 함께하는 추모 콘서트가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