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에 ‘갑질’을 하던 대형 유통업체들이 철퇴를 맞았다. 특히 롯데마트는 시식행사 비용을 전액 납품 업체에 전가하는 '갑질'을 해오다 14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5일 납품업체에 판매촉진행사 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해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롯데마트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3억8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만간 전원회의를 열어 롯데마트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추가 제재와 확정 과징금을 결정할 방침이다.
대형마트의 시식행사 비용을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일은 그동안 암암리에 있어왔지만 공정위가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창고형 할인매장 'VIC마켓' 4개 점포에서 대행업체를 통해 149개 납품업체의 식품 시식행사 1456회를 열고 소요 비용 16억500만원을 납품업체에 전액 부담시켰다.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점포 매출을 늘리고 상품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직접 계획을 짜고 대행업체를 섭외해 행사를 진행해놓고서는 시식상품과 조리기구·일회용품, 시식행사 진행인력 급여 등 행사 비용 전액을 미리 약정하지 않은 납품업체에 떠넘겼다고 밝혔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판매촉진비용의 부담전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판촉사원의 시식 행사는 다른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 내에서 업체들끼리 경쟁이 붙어 이뤄지는 것이어서 우리 이익을 위해 떠넘겼다고 하기 어렵다"며 "또 이같은 상황은 비단 VIC마켓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유통업체에서 공통적으로 이뤄지는데 특정 업체만 갖고 문제를 삼는 것은 이견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이마트에 2012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8개 납품업체에게 다른 대형마트에서의 매출액, 납품가격 등의 경영정보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2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백화점도 아울렛 사업에 진출하면서 130개 납품업체에 대해 지난해와 올해 3월 2차례 다른 아울렛의 마진율 등 경영정보를 요구해 역시 2억9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상품 공급조건이나 판촉행사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로 이어질 소지가 크기 때문에 대규모유통업법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서남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앞으로 대형유통업체의 판촉비용 전가와 경영정보 요구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엄중한 제재를 통해 위반행위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