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송 관계자는 18일 "이만수 전 감독이 MBC 스포츠플러스와 해설위원직에 구두계약을 마쳤다. 계약서에 사인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만수 전 감독은 한국 야구의 슈퍼스타 출신인 데다 아직 중장년층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또 감독 경험까지 해설에 녹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만수 전 감독은 "현장을 아예 떠나기보다는 객원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시즌까지 SK에서 3년 간 지휘봉을 잡았던 이만수 감독은 최근 재능 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11월12일 야구 보급을 위해 라오스로 떠나 18박1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야구 보급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만수 전 감독에게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라오스에서 재능기부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동안 말로만 봉사활동, 재능기부를 했지만 실천을 못했다. 45년 동안 늘 사랑을 받았는데 이제는 정말 되돌려 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돈이나 용품 지원도 좋지만,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을 나누고 싶었다.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을 많이 느꼈다. '이래서 봉사를 한 사람들이 계속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힘들지는 않았나.
"출국 전에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 국내로 돌아온 뒤 뎅기열로 열흘 정도 고생했다. 아무래도 시즌을 마친 뒤 체력이 다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보람이 훨씬 크다."
-11월 초에 일찌감치 라오스로 떠났는데.
"원래는 동유럽으로 가족여행을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SK와) 재계약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선 아내가 재능기부를 추천하더라. '동유럽 여행 가려고 했는데'라고 했더니 '거기는 언제든 갈 수 있으니 봉사활동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 곧장 실행에 옮겼다."
-원래 봉사활동에 관심이 깊었나.
"미국에 10년간 있으면서 야구 선수들의 재능기부를 늘 봐왔다. 이제 우리 프로야구도 30년을 넘었고 야구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라오스 사람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지인을 통해 좋은 계기에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보람을 많이 느꼈다고 했는데.
"라오스 국가올림픽위원장과 전 체육장관 등을 만났다. 또 야구협회 설립 문제도 많이 진척됐다. 평생 야구만 하던 사람이 협회 설립을 하려고 직접 움직이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더라. '야구를 통해 국민이 하나가 되고 호흡할 수 있다'는 등 야구 보급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상당히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사진 속 라오스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밝더라.
"사회주의 국가여서인지 훈련장 근처에서 몰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더라. 눈치를 봐서일까. 선수들이 잘 웃질 않더라. 사흘째부터 내 스타일대로 진행했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등을 두드려주고, 소리 지르고. 처음에는 서먹서먹해 하더니 곧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분들을 비롯해 6명의 스태프가 현재 아이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이 중에는 야구를 했던 분도 한 명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라오스의 야구 불모지나 다름 없는데.
"이제 시작이다. 야구를 통해 돕고 희생하면 라오스 국민들도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일단 지금 1세대는 야구를 즐기는 것이 목표다.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다 보면 아시아 및 세계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가 신기해서인지 훈련을 지켜보고 사진을 찍더라."
-향후 계획은.
"이번에는 집안일 때문에 다소 일찍 귀국했다. 내년 3월 완공되는 야구센터 개관에 맞춰 다시 한 번 라오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 대한야구협회와 논의해 전국 투어를 하면서 초·중·고교 선수들을 직접 만나 도와주고 싶다."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단 객원해설위원 형식으로 모 케이블 방송사와 함께 할 것 같다. 어제(17일) 관계자를 만나 함께 식사를 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중계 및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참여을 요청하더라. 그런데 라오스 관계자들과 약속도 있고 국내 아마추어 후배들도 돕고 싶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객원해설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누를 끼칠까봐 걱정된다. 현장을 영 떠나기 싫은 마음도 있어 응했다."
-SK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사실 (감독을) 그만두고 나면 무엇을 하고 살까 막막하더라. 그때 40년 동안 써온 야구 일기를 떠올리고 펼쳐봤다. 정리를 해보니 야구와 관련된 일이 22가지나 되더라.(이 감독은 내용은 비밀이라고 했다. 다만 "한 가지 늘어 라오스 야구협회 설립이 23번째이다"고 말했다.) 해설위원도 그 중 한 가지이다. 나는 야구인이지 않은가. 야구를 떠날 수는 없다. 야구와 관련된 봉사활동과 강연 등을 계속하며 현장과 계속 연결된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