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헌법재판기관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결정문을 제출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1990년 동유럽 민주주의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된 베니스위원회의 공식 명칭은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로, 유럽연합 47개국이 주축이며 한국도 정식 회원국이다. 한국의 헌재도 베니스위원회로부터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유럽과 터키의 선례 등 많은 자료를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베니스위원회는 지난 19일 헌재 결정이 선고되기 전부터 정당해산심판 진행 상황을 주시했다. 정당해산심판 사례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아울러 베니스위원회는 결정문이 완성되는 대로 신속히 제출하라고 헌재에 요구했다. 최근 위원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강일원 헌법재판관도 비슷한 취지의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결정문을 번역해 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며, 340여 쪽에 달하는 결정문을 영어로 번역하는데만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베니스위원회는 지난 2009년 발간한 '정당 제도에 관한 실천 규약' 에서 정당해산심판 제도는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있어 이번 선고에 대한 평가가 주목된다.
지난 9월 강일원 재판관은 이와 관련, "베니스위원회로부터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유럽과 터키의 선례 등 많은 자료를 제공받았다"며 "정당해산심판에 참고자료로 쓰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베니스위원회를 통해 세계 헌법재판기관이 우리 결정문을 공유하고 검토할 것"이라며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재판관들이 더욱 큰 부담과 책임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헌법재판기관 회의체 정당해산 결정문 제출 요청' 온라인 일간스포츠 [사진=연합뉴스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