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충무로에는 많은 웃음만큼이나 '눈물'도 적지 않았다. 때론 감격스러워서 울기도 했고 누군가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눈물로 대신하기도 했다. 스크린에서 소름 끼치는 눈물 연기를 보인 배우보다 진심이 녹아든 진짜 눈물을 보인 배우들이 유난히 관객들의 마음을 적셨다. 그렇다면 보는 이의 눈물샘까지 자극한 2014년 충무로의 가장 빛나는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www.tillionpanel.com)을 통해 1만 명의 네티즌에게 물었다.
① 강계열 할머니-'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남편을 향한 할머니의 눈물 (36.8%·3682명)
압도적인 차이로 1등을 차지했다. 강계열 할머니와 고 조병만 할어버지의 76년 간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12월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독립 다큐영화다. 영화 속 마지막 부분인 할아버지의 묘소 앞에 앉아 오열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관객들을 한동안 먹먹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지난 11일 공개된 특별 영상에서는 강계열 할머니가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영상 편지가 포함돼 또 한 번 관객을 울렸다. 이 영상에서 할머니는 "하늘나라 가 있는 할아버지, 편안히 계세요. 제 생각하지 말고, 나는 잘 있어요"라는 절절한 인사를 전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② 천우희-생애 첫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 후 오열 (19.5%·1950명)
기쁨과 환희의 눈물이었다. 천우희는 지난 17일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독립영화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이변이었다. 그는 수상자로 호명된 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무대에 오른 후에는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내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이어 "이 상을 준 건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 것 같다. 앞으로 의심하지 않고 자신감 갖고 열심히 배우 하겠다"며 "앞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관심과 가능성이 더 열렸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진심이 느껴지는 수상 소감에 김혜수와 조여정을 비롯한 선배 여배우들의 눈시울도 촉촉해졌다.
③ 유승호-충무로 최고 블루칩, 군 제대 후 눈물 (12.9%·1290명)
원조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진짜 남자'가 돼 돌아왔다. 2년 간의 군생활을 마친 그는 한층 늠름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팬들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는 우리가 기억하던 '순수한 유승호'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4일 오전 강원도 화천 27사단 신병교육대대 앞에서는 유승호의 전역식이 열렸다. 이날 그는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서도 자신을 보기 위해 국내 및 아시아 전역에서 몰려온 팬들을 보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려다. "부모님과 고양이 두 마리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며 어린 아이처럼 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치던 모습은 모든 '누나'들의 마음을 찡하게 했다.
④ 심은경-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수상 후 오열 (8.4%·845명)
배우 심은경은 지난 5월에 열린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받고 그야말로 '폭풍 눈물'을 흘렸다. 이날 심은경은 김희애·전도연·문정희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을 누르고 '수상한 그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이름이 호명된 직후부터 무대에 올라와 상을 받고 다시 무대를 내려가는 순간 까지 내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게 지금 내가 받아야 할 상인지도 모르겠고 죄송하다. 어린 제가 받아서"라며 온몸을 바르르 떨며 겨우 소감을 전했다. 어린 여배우의 진심어린 눈물과 귀여운 수상 소감에 자리에 앉아 있는 배우들과 관객들 모두 '엄마 미소'를 지었다.
⑤ 김희애-'우아한 거짓말' 시사회에서 후배들의 연기를 칭찬하며 눈물 (7.7%·769명)
'명품 여배우' 김희애의 눈물에는 후배 배우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겨 있었다. 김희애는 2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었던 '우아한 거짓말' 언론사시회에서 후배들의 빛나는 연기를 칭찬하며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영화 상영이 끝난 직후 그는 "오늘 영화를 처음 봤다. 내가 연기를 제일 못한 것 같다. 후배 (고)아성이·(김)유정이·(김)향기가 정말 연기를 잘하더라"라며 "빛나는 연기를 해줘서 감동받았다. 모두 다 주인공으로 나온 것 같아 행복한 작업이었다. 어린 친구들이 그 또래만 보여줄 수 있는 감성을 제대로 보여줘서 깜짝 놀랐다"며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⑥ 김윤진-'국제시장' 시사회에서 윤제균 감독의 부모님 사연 들은 후 눈물 (7.6%·759명)
'국제시장' 언론시사회는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국제시장'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이 시대의 아버지 모습을 담은 작품. 남녀주인공의 영화 속 이름이 윤제균 감독의 실제 부모님 이름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윤 감독은 이날 "아버님이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며 "돌아가셨을 때 감사하다는 말을 못해 영화로나마 말을 드리고 싶어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던 김윤진도 눈물을 쏟았다. 쉽게 울음을 멈추지 못하던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독님의 말에 눈물이 났다. 우리의 진심이 잘 전달되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⑦ 김규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암 투병 사실을 알린 김호정의 이야기를 들은 후 눈물 (7.0%·705명)
김규리의 눈물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믿고 의지했던 언니 김호정을 향한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지난 10월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화장'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호정은 "투병하는 역할을 어떻게 준비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개인적으로 아팠던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연기 했다"며 과거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김규리는 "언니가 (투병했던 걸) 내게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 오늘 처음 이 자리에서 알게 됐다. 깜짝 놀랐다"며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 보는 사람의 눈시울까지 붉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