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의 엄상백(19·kt)은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 법적으로 성년도 됐고, 또 모두들 가고 싶어하는 kt에 입단했고요. 열심히 운동하는 것만 남았어요"라며 웃었다.
10구단 kt는 지난해 6월 엄상백을 1차 지명했다.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덕수고 시절부터 '숨겨진 보석'으로 평가받았다. 140㎞ 후반의 빠른 공에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던진다. 지난해에는 덕수고의 청룡기 3연패와 태극마크를 달고 제10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에 힘을 보탰다.
kt의 기대주다. 조범현 kt 감독은 "신생 구단이라 당장 올해 1군에 합류할 신인급 선수가 많지 않다"면서도 "엄상백은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로 본다.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체크한 뒤 활용법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을 만한 실력과 함께 외모도 갖췄다. 188cm의 훤칠한 키와 몸무게 78㎏인 그는 "요즘 체중이 약간 늘어났다. 원래 체질상 살이 잘 안 찐다. 감독님께서도 몸을 불리라고 하셨는데, 생각만큼 잘 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kt의 1군 데뷔를 함께할 엄상백을 만났다. 카메라 앞에서 그의 볼은 시종 붉게 상기돼 있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 겨울방학이고, 취업도 마친 지금이 제일 행복한 시기 아닌가요.
"행복한 건 모르겠어요.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다른 때가 행복할 수도 있고요.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던 시절이 편안했을 수도 있어요. 미성년자를 벗어나게 돼 그래도 조금 편안하고 자유로워진 느낌은 들어요. 집에 들어갈 때도 전에는 밤 9시만 되면 집에서 전화가 왔는데 지금은 11~12시까지는 봐주세요. 조금 더 놀 수 있어요.(웃음)"
- 지금 고3 학생들은 수능 결과를 받고 대학교에 원서를 넣는 시기에요.
"저는 수학능력시험은 안 봤어요. 지난 6월 1차 지명이 발표 났거든요. 시험을 안 봐서 좋기는 한데, 수험생들은 다양한 혜택도 있고 그래서 '나도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했어요. 평생 몇 번 보지 않는 특별한 시험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kt 지명됐다고 하니 다들 좋아하세요. 어떻게 보면 취업이니까요. '대단하다'면서 칭찬도 해주세요."
- 공부는 열심히 했나요. 고교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그냥 조용한 편이었던 것 같아요. 운동하느라 피곤해서, 수업 때는 교실 뒤에서 졸기도 하고요.(웃음) 체육 과목을 제일 좋아했어요. 그리고 컴퓨터 시간도 좋고요. 일반 과목 중에서는 영어가 그래도 나았던 것 같아요. 학교 생활은 다를 것이 없어요. 교복 입고 등교해서 운동도 하고, 친구들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요."
- 요즘 고등학생들은 주로 뭘 먹나요.
"학교 앞 분식점에서 떡볶이랑 컵닭도 먹고, 곱창도 먹으러 가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곱창이랑 대창이에요. 고소하고 쫄깃한 음식들을 좋아해요. 기름기 있는 것을 잘 먹는데도 살은 잘 안 찌는 체질이에요. 그래도 이번 겨울에 5㎏ 정도 늘었어요. 지금은 78㎏이에요."
- 한 달 용돈은 얼마나 돼요. 열 아홉 살도 돈 쓸 곳은 많죠.
"요즘에는 좀 많이 썼어요. 60만~70만 원 정도는 나오는 것 같아요. 지난 12월에는 100만 원이나 썼어요. 제가 프로 지명을 받으면서 친구들한테 밥 살 일이 많아졌어요. 덕수고 동기들이랑 뭘 먹으러 가도 제가 다 내게 되더라고요."
- 계약금으로 2억 3000만원을 받았어요. 연말 시상식서 상금도 받았어요. 아직 10대인데 말이죠.
"다 부모님 드렸어요. 집을 사시거나 하신 건 아니고, 그냥 갖고 계신다고만 들었어요. 이번에 일간스포츠·조아제약에서 아마 MVP상을 주셔서 상금(100만원)을 받았는데 그것도 봉투째로 엄마 드렸어요. 엄마가 '고맙다, 아들' 하시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2년 정도는 부모님한테 번 것을 다 드리면서 용돈을 받을 생각이에요. 이후에는요? 저도 제가 관리를 해야죠.(웃음)"
-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대학에 가고 싶다거나.
"사실 대학은 좀 가고 싶었어요. 캠퍼스라는 낭만도 있을 것 같고, 남들처럼 CC(캠퍼스 커플)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는 취업한 거잖아요.(웃음) 학교로 따진다면 명문대학에 들어간 것과 같고, 취업을 했다고 봐도 좋은 기업에 들어간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운동하려고요. 우리 학교 동기 중에 프로 지명 등을 통해 구단에 들어간 친구들은 4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다들 대학 진학을 선택했어요."
- 신생구단은 스타가 필요해요. kt에서는 엄상백 선수가 근사한 외모와 실력을 갖춰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사실 조금 민망하긴 해요. 저보고 '잘 생겼다, 스타감이다' 하시면 마음 속으로 '아닌데' 할 때도 있어요.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2015 신인왕은 네가 받아야 한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셔요. 약간의 부담감은 있어요."
- 이번 겨울 어떻게 운동하고 있나요. 1군 합류를 앞두고 보강하고 싶은 구종은 없나요.
"오전 7시쯤 일어나서 자율 훈련을 하고 있어요. 집에서 버스 타고 수원에 가서 오전에 2~3시간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지금은 커브랑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주로 던져요. 일단 한 달 전에는 스플리터는 원하는 곳에 넣었어요.(웃음) 구종을 추가해 체인지업을 더 던지면 타자를 상대할 때 편할 것 같아요. 구속은 최고 148㎞까지 나왔어요."
- 퓨처스리그도 거치지 않고 바로 1군에 투입될 확률이 높아요. '기 싸움'이 필요할 수 있어요.
"기 싸움을 왜 하나요? 그냥 저는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제 공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해요. 성격도 단순한 편이고요. 평소에 '이 타자는 꼭 승부를 겨뤄보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 마운드에 올라가면 무슨 생각을 해요.
"별로 생각 안해요. 그냥 '날씨가 더우니까 빨리 던지고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주로 해요. 고등학교 때는 낮에 경기가 많이 열려 덥거든요. 그래서 저는 공을 잡으면 바로 던져요. 잡고 던지고, 잡고 던지고. 템포가 정말 빨라요.(웃음)"
- 내년 구체적인 목표는 뭔가요.
"원래 마무리 투수를 희망했는데, 지금은 팀이 원하는 보직은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발로 뛴다면 8승 이상은 거두고 싶어요. 사실 감이 안 와요. 2군이라도 뛰었다면 현실적으로 정하겠는데, 지금은 막연해요."
- 고교시절에 프로 경기는 많이 봤나요.
"네. 자주 봤어요. 제가 투수여서, 마운드가 강하다고 평가받는 삼성 경기를 많이 봤어요. 삼성 투수들은 안정적이고 일정 궤도에 올라왔다는 생각이 늘 들었어요. 제가 사이드암이어서 마무리 투수인 임창용 선배를 롤모델로 삼고 있어요."
- 신년 인사 남겨주세요.
"많이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켜봐 주시면 꼭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지영 기자 사진취재=김민규 기자
◇ 엄상백 프로필
생년월일=1996년 10월4일 체격=188cm·78㎏ 투타=우투좌타 출신교=언북중-덕수고 프로 지명=2015 kt 1차지명 입단 계약금=2억3000만원 가장 자신있는 구종=커브 기상시간=오전 7시 좌우명=여백의 미 좋아하는 탤런트=박하선 여자친구=아직 없고 계획도 없음 혈액형=O 좋아하는 음식=곱창·대창 어렸을 때 꿈=평범한 회사원 무인도에 3가지를 가져간다면=배·음식·휴대전화 한 달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그냥 먹고 쉬고 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