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찾았다. 두 가지의 구미를 당기는 메인 음식(이승기·문채원)이 있다.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에는 그럴싸했다. 하지만 이어 나오는 메뉴는 다소 설익었다. 영화 '오늘의 연애'가 딱 그랬다.
'오늘의 연애'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연애'가 소재다. 이를 표현하는 배우 이승기와 문채원은 '핫'하다. 영화의 주요 타깃이 될 2~30대의 감정을 흔들 수 있는 배우들이다. 티켓파워도 있다. 출발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총성이 울리자 다리가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 초반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이 나온다. 가인은 박진표 감독과 '내 사랑 내 곁에'(09)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승기의 전 여자친구로 가인이 잠깐 모습을 비추고 그 바통을 바로 걸그룹 애프터스쿨 리지가 이어 받는다. 비중이 작지 않다. 이승기와 문채원이 고민 등이 있을 때 찾는 술집의 아르바이트생이다. 술집이 둘의 소통 공간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쉽게 말해 '많이 나온다'.
아쉬움이 남는 건 정준영이다. 정준영의 역은 앤드류. 사랑에 이리저리 치이다 지친 문채원에 대쉬해 그의 마음을 여는 역할이다. 매력이 넘쳐야 한다. 극중 '연하를 만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문채원의 굳은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 그려져야 했다.
정준영은 영화 속에서 문채원의 세 살 연하. 평소 TV속 모습 그대로 저돌적이기도 하고 당차다. 하지만 선뜻 공감하기 쉽지 않다. 사람을 탓하는 게 아니다. 정준영의 '연기'에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니 몰입이 선뜻 이뤄지지 않는다. 그는 이번 영화가 연기 데뷔다. 한 번에 잘 섞이긴 어렵지만 보는 입장에 따라선 '아, 다른 연하남이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정준영은 이번 영화를 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인 CJ E&M 소속이다.
영화 속에선 숨은 그림찾기 같은 즐거움이 있다. 초반에 반짝 나오는 가인도 그렇고 중간에는 야구선수 홍성흔(두산)도 나온다. 요즘 여러 사건으로 '핫'한 김부선도 잠깐 출연한다. 하지만 연기가 검증되지 않은 가수 출신 배우들이 다수 나오다보니 역효과가 나는 부분도 발생한다. 12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가장 중요한 후반부에 앤드류의 모습이 집중된다. 뒤로 갈수록 영화가 힘을 잃는 이유다.
한편 '오늘의 연애'는 18년째 진전도 없고 정리도 어려운 미묘한 사이를 이어가는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 이야기를 통해 요즘 남녀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너는 내 운명'(05), '그놈 목소리'(07), '내 사랑 내 곁에'(09) 등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4일 개봉.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