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진그룹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재무상태 10대 그룹 중 '최악'
한진그룹의 재무 상태가 10대그룹 중 가장 안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재벌닷컴이 공개한 2010∼2013년 10대그룹의 부채현황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2013년말 기준 452.4%로 10대그룹 중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10대그룹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한화그룹 144.8%의 3배에 달한다. 삼성그룹(43.0%)과 포스코그룹(54.3%), 현대차그룹(65.7%), 롯데그룹(65.8%), SK그룹(86.8%), LG그룹(99.4%) 등의 그룹과 비교하면 5∼10배나 높은 수준이다.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나머지 그룹들의 부채비율이 2010년 이후 개선되거나 소폭 높아지고 있지만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0년 248.3%, 2011년 381.9%, 2012년 437.3%, 2013년 452.4% 등으로 3년 만에 배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다. 이 그룹의 부채총액은 2010년 23조9000억원, 2011년 29조7000억원, 2012년 30조8000억원, 2013년 32조4000억원 등으로 3년 새 8조5000억원이 불어났다. 부채총액에서 장·단기 차입금은 2013년 15조원으로 2012년의 11조6000억원보다 3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는 2008년 리먼쇼크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나빠졌다. 국제 경기와 빠르게 연동되는 운수사업의 특성 탓에 한진그룹의 재무 사정도 덩달아 부실해졌다. 한진그룹은 2009년부터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재무개선을 추진해왔지만 여건은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올해 7년째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재무 관리를 받아야 할 전망이다.
한진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재무 상태는 지난해 한진해운을 인수하면서 더 악화됐다. 대한항공의 부채총액은 2013년말 1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19조3000억원으로 6000억원이 늘었다. 이 중 차입금은 5조6000억원으로 9개월 만에 1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졌다.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강등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자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최대인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했다. 주요 주주인 한진칼 등 자회사들이 증자에 참여하며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어 부담을 지지 않는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한진그룹은 지난 6년간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아 재무위험을 키웠다"며 "더 늦어지기 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동부 등 다른 그룹처럼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