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가 피츠버그와 계약을 체결하며 공식 메이저리거가 됐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그의 성공을 확신하며 "마이너리그로 보낼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강정호가 입단과 동시에 주전 도약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무대에 진출한 또 한 명의 기대주 박효준(19·뉴욕 양키스·아메리칸리그 소속)과 함께 양대 리그에서 활약할 한국인 '유격수 듀오'의 모습에도 기대감도 커진다.
17일(한국시간) 다수의 미국 스포츠 매체는 강정호와 피츠버그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4+1년 최대 1650만 달러 규모로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는 파격적인 대우다. 구단은 "강정호가 한국 무대에서 보여준 업적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며 공·수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춘 강정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봉 순위로는 단연 주전급이다. 보장 금액 4년 1100만 달러(평균 275만 달러)는 이전에 전망된 4년 1600만 달러(평균 400만 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옵션도 있고 성과에 따라 연봉 인상을 가져올 수 있어 시작점만 놓고 보면 낮지 않은 몸값이다. 당장 앤드류 맥커친, 스탈링 마르테, 닐 워커, 페드로 알바레스 등 주전 야수들의 다음 순위에 오른다.
현지에서 가장 우려했던 수비 능력은 강한 어깨로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지도자들뿐 아니라 미국 스포츠 매체에서도 그의 강한 어깨를 높이 평가했다. 일본 매체는 메이저리그 진출이 예상됐던 도리타니 다카시(34·한신)의 주가가 강정호보다 낮은 이유로 '어깨 힘'을 들기도 했다. 지난해 주전 자리를 지킨 조디 머서가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며 쉽지 않은 경쟁이 예고되지만 '낙관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제 야구팬들은 머지않아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여기에 몇 년 뒤에는 양대 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유격수 듀오'의 모습도 기대해 볼만하다. 아마추어 선수로는 최초로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박효준이 있기 때문이다.
야탑고 출신 박효준은 지난해 7월 116만 달러에 양키스와 계약했다. 탄탄한 체격(184cm·76kg)과 기본기, 그리고 공격과 수비를 높이 평가했다. 당시 양키스의 협상 관계자는 "은퇴를 선언한 유격수 데릭 지터의 후계자로 박효준을 키우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관심과 기대 속에 '핀스트라이프'를 입은 박효준은 지난해 9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에서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위한 ‘교육리그’에 참가했다. 통역과 렌트카를 제공한 구단의 배려 속에 의미 있는 첫 경험을 가졌다. 박효준은 "실전 6경기에서 6타수 4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장타가 없어 아쉽지만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박효준은 입단 당시 "3~4년 후 메이저리거를 목표로 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박효준과 비슷한 계약 수준으로 미국 진출에 진출한 이학주(25·템파베이)가 7년 차에도 여전히 마이너리그에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메이저리거가 된다고 해도 주전 진입은 몇 배 더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3~4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다. 양키스는 '영원한 캡틴' 지터가 은퇴하며 현재 그 자리를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대신한다. 그러나 지터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부족해 보인다. 마땅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거나 가치를 인정받아 다른 팀으로 떠나면 기회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박효준이 잠재력을 폭발시켜 실력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강정호가 향후 4년 동안 주전으로 발돋움해 자리를 지킨다면 5년 차가 될 2019년엔 550만 달러의 팀 옵션 계약과 함께 확고한 위상을 가질 수 있다. 박효준이 말한 '메이저리거 도약'도 비슷한 시기다. 2000년 대 중반, 일본인 외야수 마쯔이 히데키와 스즈키 이치로가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부러워했던 한국팬들이다. 그러나 일본인 내야수 중에 성공을 거둔 선수는 아직까지 없었다. 강정호와 박효준이 함께 주전 유격수가 된다면 일본 야구에서도 나오지 않은 성과다. 이학주까지 가세하면 금상첨화다. 물론 아직 이르다. 실현 가능성도 크지만은 않다. 그러나 과거에는 바라지 못한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기대감을 애써 접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