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멜버른의 쌀쌀한 날씨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결전지' 멜버른에 입성했다. 이곳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22일 B조 2위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기자들은 이날 저녁 멜버른 툴라마린 공항에 내리마자마 가방 깊숙히 숨겨놨던 점퍼를 꺼내입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늘한 공기가 얼굴을 훅 스치고 갔다. 한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고 아침 저녁으로도 동남아 날씨처럽 후덥지근했던 브리즈번과 정반대였다. 이번 대회가 벌어지는 다섯 개 도시 중 한국은 캔버라와 브리즈번을 거쳐 멜버른으로 왔는데 세 도시의 기후가 다 달랐다. '호주가 땅이 넓긴 넓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진과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대표팀도 마찬가지. 축구협회 관계자는 "스태프들도 갑자기 바뀐 날씨에 깜짝 놀랐다"며 "그나마 사전에 이런 사실을 충분히 주지시켜줘 선수들은 크게 당황하지 않더라"고 귀띔했다. 멜버른은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큰 도시다. 1월 평균 기온이 한낮에는 22도까지 오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10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일교차가 캔버라보다 더 크다. 대표팀은 캔버라에서 자신들을 괴롭혔던 감기 악령이 다시 고개를 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팀 닥터는 선수단 전체에 주의사항부터 전달했다. ▲충분한 휴식 ▲충분한 수분 섭취(바이러스는 물에 약하다) ▲청결유지(평소 손을 자주 씻어라) 등 3가지를 가장 강조했다. 이른바 '충충청'의 원칙. 협회 관계자는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생활 속에서 최대한 예방에 신경 쓰라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청용(27·볼턴)과 구자철(26·마인츠)이 정강이와 팔목 인대를 다쳐 각각 낙마했다. 부상으로 공격의 핵심 선수 둘을 잃었다. 조별리그처럼 감기에 걸려 컨디션 난조에 빠진 선수까지 나오면 토너먼트에서는 치명적이다. 더 이상의 전력 누수는 없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기 불볕 더위와 싸울 일은 없다는 점이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30분에 벌어진다. 한국 가을 날씨처럼 선선해 축구를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더운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한다"며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