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의 꽃은 대상이다. 최고 권위와 역사를 자랑하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의 대상이라면 더 그렇다.
30년 역사의 골든디스크에서 처음으로 3회 연속 대상을 수상한 가수는 김건모다. 김건모가 대상을 수상하던 1994년부터 1996년까지는 앨범과 디지털음원으로 대상을 두 팀에게 수여하던 현재와는 달랐다. 본상을 10팀에게만 줬고, 대상은 단 한 팀에게만 수여했다. 그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김건모는 가요계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90년대 가요계에서 그 만큼 최고 가수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갖고 있었다.
골든디스크 30회 동안 가장 빛났던 스타 10명(팀)을 선정했다. 조용필·변진섭·故 김현식에 이은 4번째 스타는 '까만콩' 김건모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수 없는 '핑계' '잘못된 만남' '스피드'를 부르며 시대를 풍미한 댄스 가수다.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K팝이 현재의 거대한 문화로 자리잡기까지, 그 흐름과 현장을 목격했고 한국 가요 성장의 궤를 함께 했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30회 시상식은 오는 20일~21일 열린다.
▶골든디스크 최초 3회 연속 대상 수상자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김건모의 이름은 앞으로도 '최초'라는 타이틀로 회자될 전망이다. 판매량이 최고 가수를 가르는 주된 척도인 만큼 김건모의 '최초 3년 연속 대상'의 의미는 값지다.
김건모는 기록의 사나이다. 아직도 단일 앨범 최고 판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적인 가수다. 김건모에게 골든디스크 2번째 대상을 안겨준 3집 '잘못된 만남'은 28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최단 시간 최대 판매량으로 한국 기네스에 등재됐다.
1992년 10월 29일 1집을 발표하며 데뷔한 김건모는 '첫인상'으로 1993년 골든디스크에서 곧바로 본상을 수상했다. 신인 김건모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김건모는 이듬해 1994년 곡 '핑계'로 무려 대상을 차지했다. 1집 본상, 2집 대상의 '미친' 행보였다.
이 기록은 3년간 유지됐다. 3집 '잘못된 만남'과 4집 '스피드'가 연이어 대상을 차지한 것. 90년대 중반 가요계에서 김건모의 노래는 '필수'였던 셈이다. 변진섭·신승훈·고 김현식에 이은 김건모의 대상 수상은 가요계의 흐름이 발라드에서 댄스 음악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김건모의 이 기록은 불멸로 남게 됐다. 가수 조성모와 그룹 슈퍼주니어도 3회 음반 대상 수상자지만 연속은 아니었다. 음반 시장에서 음원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골든디스크는 지난 2006년부터 디지털 음원 대상을 신설했다. 이후 3회 연속 대상 수상 가수들이 늘었다. SG워너비는 2005년 '죄와 벌'로 음반 대상으로, 2006년 '내 사람'으로 음원 대상을, 2007년 '아리랑'으로 다시 음반 대상을 받았다. 소녀시대는 2009년 곡 'Gee'로 음원 대상, 2010년 'Oh!'로 음반 대상, 2011년 'The Boys'로 음원 대상을 수상했다.
▶김건모가 이끈 대중가요 르네상스
90년대 가요계는 젖과 꿀이 흘렀다. 수많은 스타가 탄생했고, 가요 기획사들도 어마어마한 음반 판매량 덕분에 풍요로울 수 있었다. 그 중심에 있던 가수가 김건모였다. 2001년 통산 판매량 1000만장을 넘어섰다. 앨범에서 음원으로 흐름이 넘어간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록. 이른바 '길보드'라고 불리던 길거리 매대 판매량까지 더하면 실제 판매량은 이 기록의 두배가 될거라는게 정설이다.
김건모는 ‘금수저’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다재다능함으로 정상의 위치에 올라선 가수였다. 그의 재능은 프로듀서 김창환이 알아봤다. 이후 신승훈·노이즈·클론·박미경과 라인음향에 소속돼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김건모 성공 비결은 첫 째도 가창력, 둘 째도 가창력이었다. 그만큼 탁월했다. 발라드·댄스·레게 등 모든 장르의 표현이 가능했다. 혼자 부르면 숨이 넘어간다는 '잘못된 만남'을 격한 안무와 함께 표현할 수 있었다. 흑인 감성이 짖어, R&B 음악에도 최적화된 가수였다. 댄스 음악이 한 곡 빅히트를 기록하면 '아름다운 이별''미안해요''혼자만의 사랑' 같은 발라드로 1위에 오르곤 했다. 그야말로 팬들을 지루할 틈 없게 했다.
김건모와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끈 댄스 음악의 붐은 지금의 아이돌 시대까지 이어졌다. 90년대 중반 김건모를 시작으로 듀스·R.ef·솔리드·DJ DOC·쿨·터보·유승준 같은 댄스 스타들이 탄생했다. 앨범만 발표하면 100만장씩 팔아치우던 댄스 음악의 최절정기였다. 이 흐름은 H.O.T·젝스키스 등의 아이돌에게 넘어갔고, 20년에 걸친 댄스 음악 장기 집권기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