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다. C조에 속한 한국은 14일 우즈베키스탄, 16일 예멘, 20일 이라크와 차례로 맞붙는다. 조 2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오를 수 있고 최종성적 3위까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티켓이 주어진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신태용팀의 항해가 본격 시작된 지금 아픔과 환희로 점철된 과거 한국축구의 올림픽 도전사를 조망해 본다.
한국축구가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건 1948년 런던올림픽이었다. 한국은 1차전에서 멕시코를 5-3으로 눌렀지만 2차전에서 스웨덴에 0-12로 대패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조별리그에서 3연패했다.
이후 한국축구는 암흑기였다.
1968년 멕시코 대회부터 1984년 LA올림픽까지 5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무려 24년 만에 본선에 나갈 수 있었다.
한국축구의 올림픽 예선 5대 명승부를 소개한다. 대한축구협회가 펴낸 <한국축구 100년사> 를 참조했다. 한국축구>
◇1968년 도쿄-통한의 무승부
'아! 김기복의 그 슈팅이 골대만 맞지 않았더라면'
1968년 멕시코올림픽 예선에서 일본과 통한의 무승부를 기억하는 올드 팬들이 많을 것이다. 이 경기는 1967년 9월 도쿄에서 열렸다.
한국은 자유중국, 레바논, 베트남을 연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일본 역시 3전 전승이었다. 10월 7일 사실상의 결승전인 한일전이 벌어졌다. 혈투 끝에 결과는 3-3. 한국의 마지막 상대는 필리핀이었다. 필리핀을 이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문제는 골득실이었다. 그 전에 일본은 이미 필리핀을 15-0으로 대파해 골득실이 +21, 한국은 +7이었다. 일본이 마지막 경기에서 베트남을 꺾는다는 가정 하에 한국은 필리핀을 최소 15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다.
그러나 한국은 5골 밖에 넣지 못하고 일본이 베트남을 1-0으로 잡으며 티켓은 일본 품으로 돌아갔다.
결과론이지만 한일전 무승부가 본선 탈락의 결정타였다. 특히 일본과 경기에서 종료직전 김기복이 날린 회심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이 두고 두고 뼈아팠다.
일본은 이듬해 멕시코올림픽에 출전해 '전설적인 골잡이' 가마모토 구니시게를 앞세워 기적의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축구 관계자와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1984년 LA-혈전 끝 패배
한국은 야심차게 1984년 LA올림픽 출전에 도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을 땄기에 LA올림픽에 나가면 2회 연속 출전이 보장되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뉴질랜드와 A조에 속했고 B조는 태국, 일본, 카타르, 말레이시아, 이라크였다. 각 조 1위가 자동으로 티켓을 따고 2위끼리 다시 겨뤄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이었다.
1차전에서 쿠웨이트와 득점없이 비긴 한국은 2·3차전에서 바레인과 뉴질랜드를 각각 1-0, 2-0으로 눌렀다.
4차전에서 사우디와 1위 자리를 놓고 운명의 한 판 승부를 펼쳤다.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전종선과 정해원의 골로 앞서갔지만 개인기가 뛰어난 사우디의 맹반격에 5골을 허용해 4-5로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 남은 1장을 놓고 이라크와 3·4위전에서 붙었지만 또 0-1로 져 20년 만의 올림픽 진출은 물거품이 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김병수의 발리슛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종예선은 6팀이 풀리그를 펼쳐 2위까지 본선에 나가는 방식이었다.
한국을 비롯해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중국, 일본이 올라왔다. 공교롭게 중동 3팀, 극동 3팀이었다. 극동과 중동이 워낙 서로를 견제해 최종예선 장소는 중동도 극동도 아닌 말레이시아로 결정됐다.
최고의 명승부는 일본전이었다. 0-0으로 팽팽하던 상황에서 종료 직전 김병수의 발리슛이 터지며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최종성적 3승1무1패로 2위를 차지해 2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1996년 애틀랜타-붕대투혼과 독수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최종예선의 최고 명승부 역시 한일전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와 준결승을 차례로 통과해 결승에서 숙적 일본과 만났다.
이번 한일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상헌과 최용수였다.
이상헌은 상대 선수와 이마를 다쳐 붕대를 감고도 후반 34분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는 투혼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독수리' 최용수의 페널티킥 결승골이 터지며 한국이 2-1로 승리하고 3회 연속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2012년 런던-히든카드 남태희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신화를 쓴 홍명보호도 예선 통과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은 12팀이 나섰다.
4팀이 3개 조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로 풀리그를 벌여 각 조 1위만 본선에 나가는 방식이었다. 한국은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와 한 조였다. 무조건 1위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컸다.
한국은 2012년 2월 22일 열린 오만과 5차전 원정에서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원래 이 경기 전까지 한국은 선두로 2위 오만에 다소 여유있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카타르 때문에 악재를 맞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1년 11월 카타르-오만전에서 부정선수를 출전시켰다는 이유로 카타르를 징계했다. 1-1 무승부였던 경기 결과가 오만의 3-0 승리로 바뀌었고 한국은 오만에 간발의 차로 쫓기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오만전에 무조건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히든 카드는 남태희였다.
그 전까지 한 번도 올림픽팀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남태희는 이날 전격 선발 출전했고 전반 시작과 함께 벼락같은 선제 결승골을 작렬했다. 이어 후반에 김현성, 백성동의 득점으로 한국은 오만을 'KO'시키며 카타르와 최종전에 관계 없이 본선행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