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로 스페인 1부 리그(프리메라리가)에 잔류한 SD에이바르의 기적이 계속되고 있다. 개막 전 강등 1순위 후보로 꼽혔던 에이바르는 20라운드 현재 6위(9승6무5패)로 중위권 혼전을 주도하고 있다.
팀 컬러도 매력적이다. 호세 루이스 멘딜리바르(55) 감독은 강력한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공격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수치가 증명한다.
에이바르는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57골)와 바르셀로나(50골)에 이어 리그에서 3번째(32골)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골잡이 바스톤은 12골(정규리그 득점 6위)을 터뜨리고 있다.
에이바르는 사실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팀이 아니다.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에 위치한 에이바르는 인구 2만7000명의 시골 도시다. 강원도 화천군과 비슷한 인구다. 홈구장 이푸르나 스타디움의 수용 인원은 6200명에 불과하다.
지난 1940년 팀을 창단해 줄곧 2~4부 리그만 전전했다. 2013-2014시즌 세군다디비시온(2부 리그) 정상에 올라 처음으로 1부 승격의 감격을 맛봤다. 알렉스 아란사발(42) 구단 회장은 승격 뒤 스페인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적이 있다면 우리 팀을 두고 하는 말이다"며 기뻐했다.
환희도 잠시였다.
빈약한 재정이 발목을 잡았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에이바르가 프리메라리가에서 경쟁할 재정을 갖추지 못했다며 170만 유로(약 22억 원)를 추가로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곤란한 상황에 빠진 에이바르를 향해 각계 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한때 에이바르에 몸담았던 사비 알론소(35·바이에른 뮌헨)와 다비드 실바(30·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스타들이 후원금을 내놓기 시작했고 금세 목표치를 넘어섰다.
이들의 도움으로 곳간은 채웠지만 두껍지 못한 선수층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에이바르는 2014-2015시즌 18위에 그쳐 곧바로 강등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생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리그 13위였던 엘체가 세금과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2부 리그로 떨어진 것이다.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엘체를 대신해 강등된 팀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에이바르의 1부 잔류를 결정했다.
에이바르는 두 번 실패하지 않기 위해 2015-2016시즌을 착실히 준비했다.
바스크 출신의 멘딜리바르 감독을 선임했고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19명의 선수를 내보내고 21명의 선수를 불러들여 완전히 물갈이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공격수 보르하 바스톤(24)을 임대 영입해 득점력을 보강했고 일본 출신의 미드필더 타카시 이누이(28)와 3년 계약을 해 중원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에이바르가 다시 강등될 거라 전망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현재 6위로 눈부신 선전을 펼치고 있는 에이바르는 크리스마스 직후인 17라운드부터 4연승을 거두며 반짝 상승세가 아님을 입증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무려 13골(2실점)을 작렬했다. 이 페이스면 리그 5·6위에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 획득도 꿈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