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겨울 이적시장도 슬슬 폐장 분위기다. 2월 중순부터 각 팀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만큼 대부분의 주전급은 소속팀을 구한 상황이다. 이대호가 맡을 수 있는 수비 포지션(1루수)은 선수 수급이 거의 마무리된 모양새다. 준척급 자원인 마이크 나폴리(35·클리블랜드)와 마크 레이놀즈(33·콜로라도) 등이 발 빠르게 계약했다. 1루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인 스티브 피어스(33·탬파베이)와 알렉스 아빌라(29·시카고 화이트삭스) 등도 팀을 구했다.
현재 FA 시장에 남아 있는 1루 자원은 페드로 알바레즈(29·전 피츠버그), 코리 하트(34·전 피츠버그), 저스틴 모너(35·전 콜로라도) 정도다. 세 선수 모두 수비와 부상, 나이라는 뚜렷한 약점이 하나씩 있다.
이대호는 알바레즈와 비슷한 유형이다. 수비보다는 공격이 강점이고 주루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최근 일본에서 뛴 4년 동안 도루가 0개(실패 4개). 프로 15년 통산 단 9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고질적으로 무릎이 좋지 못한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36·LA 에인절스·통산 홈런 560개)가 지난해 성공시킨 도루가 5개(통산 103개)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강타자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 메이저리그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건 맞지만 검증 단계가 끝난 건 아니다. 수비나 주루는 특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대호가 수비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내려졌다면 결국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15개팀) 밖에 기대할 곳이 없다.
프리미어12를 비롯한 국제대회에서 국가대표 4번타자로 맹활약했지만 이를 메이저리그 성적과 연결시켜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일본리그도 마찬가지다. 2002년에 타율 0.332, 36홈런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려냈던 호타준족 마쓰이 카즈오(41·현 라쿠텐)는 2004년 메이저리그로 넘어와 7년 동안 단 32개의 홈런(연평균 4.6개)만 터트렸다. 일본에서 4년 동안 98개의 홈런(연평균 24.5개) 친 이대호에 대한 평가가 유동적일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수요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이대호는 복수의 팀과 계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조건'이다. 송재우 위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열쇠"라며 "얼마를 원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계약기간 등에 있어 이대호가 원하는 니즈가 있을 것이다. 구단에서 이대호가 원하는 선까지 맞춰주진 못할 거다. 구단이 움직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