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패스마스터' 사비 에르난데스(36·알 사드)가 힘줘 말했다. 사비는 '축구의 神'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를 가장 잘 아는 선수다.
사비와 메시 둘 다 바르셀로나의 유스 시스템인 '라 마시아'가 배출한 스타다. 사비는 작년 6월 알 사드(카타르)로 이적하기 전까지 17년 동안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며 메시와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사비의 패스=메시의 득점'은 바르셀로나의 득점 루트였다. 또한 사비는 메시가 풋내기 일때부터 성장하는 모습을 쭉 지켜본 장본인이다.
그런 사비가 메시와 닮았다고 지칭한 '그'가 누구일까.
바로 '코리언 메시' 이승우(18·바르셀로나 후베닐A)다.
일간스포츠는 2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포츠클럽 훈련장에서 사비를 단독 인터뷰했다. 사비가 라 마시아 출신이고 평소 유소년 축구에 큰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라 마시아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사비의 팀 동료 이정수(36·알 사드)에 따르면 사비는 알 사드로 온 뒤 틈만 나면 구단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친다. 또 평소 이승우 칭찬도 많이 했다고 한다.
[ 올해 징계가 해제되어 후베닐 A에서 공식적으로 경기를 뛰게 된, 이승우 선수. 사진출처 = 이승우 선수 SNS ]
사비는 "리(승우)는 아주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드리블도 좋고 일대일 능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골도 잘 넣는다. 축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선수 같다. 모든 것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초미의 관심인 이승우의 바르셀로나 1군 데뷔 가능성에 대해 그는 "리는 이르면 1~2년 안에 바르셀로나 1군에서 뛸 수도 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몇 년 안에 반드시 1군으로 올라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예상했다.
또 한 명의 한국 축구 기대주인 백승호(19·바르셀로나 후베닐A)도 잘 알고 있었다.
"백(승호)도 리와 마찬가지로 기량이 빼어나다. 물론 백과 리는 플레이스타일이 다르다. 백은 패스가 뛰어나고 기술적으로 재능이 있다. 백도 바르셀로나 1군에서 뛸 수 있는 좋은 능력을 지녔다. 몇 년 안에 1군 데뷔가 가능할 것이다."
[ 바르셀로나 후베닐 A, 백승호 선수 ]
단순한 립서비스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라 마시아는 사비에게 자부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91년 라 마시아에 입단해 1997년 성인 2군인 바르셀로나 B로 승격했다. 그리고 1년 뒤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했다. 17년 동안 총 767경기에 출전해 85골을 넣었다. 사비가 뛴 17년이 곧 바르셀로나의 전성기였다. 바르셀로나는 2009년 사상 초유의 6관왕(정규리그·국왕컵·스페인 슈퍼컵·UEFA 챔피언스리그·FIFA 클럽월드컵·UEFA 슈퍼컵)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클럽으로 군림했다.
[ 바르셀로나를 떠나기 마지막 시즌 ,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주축이 된 스페인 대표팀도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까지 3개 메이저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무적함대(스페인대표팀 애칭)의 위용을 떨쳤다.
이 모든 영광의 시작이 라 마시아였다.
라 마시아가 세계 축구 지평을 바꾼 위대한 정책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유로 2012 우승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중앙에 사비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 사비는 "요한 크루이프(69)가 27년 전인 1989년(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데뷔해 라 마시아 출신 선수들을 중용할 즈음을 말하는 것으로 보임. 정확한 감독 데뷔는 1988년임) 바르셀로나에 오며 구단 철학을 바꿨다. 지금 모든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그 철학의 후예다. 우리는 (길게는) 30여년 전 그의 아이디어 덕분에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 라마시아 선수들을 본격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한, 요한 크루이프 ] 물론 라 마시아도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다.
사비는 "처음에는 공격 전술을 중시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크루이프의 구체적인 철학과 계획을 바탕으로 20~30년 동안 공격 축구를 기반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덧붙였다.
"바르셀로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희생하고 헌신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라 마시아가 축구 기술 뿐 아니라 인성 교육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었다.
사비는 "지금처럼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잘 할 수 있게 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환상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환상적인 시대를 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비는 이승우나 백승호처럼 1군 데뷔를 열망하는 라 마시아 유소년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 팀 훈련을 진행중인 사비 선수] "라 마시아에 있는 모든 선수는 바르셀로나 1군에 오를 수 있다. 그들은 좋은 재능을 가졌기에 라 마시아에 있는 것이다.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는 지에 달려있다. 미래는 항상 열려있다."
사비는 팀 동료이자 동갑내기 친구 이정수와의 우정도 드러냈다.
"리(정수)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동료다. 지금은 내 친구다. 경험과 실력을 갖춘 뛰어난 수비수다. 기술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을 갖춘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 사비는 이정수와의 우정을 드러냈다. ]
인터뷰를 가졌던 25일은 마침 사비의 생일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비의 생일을 축하했다.
사비는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인들의 행운을 빈다"며 국내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