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통신사 라이벌 3사(SK·kt·LG)가 나란히 부진하다. 26일 현재 부산kt가 7위, 서울SK가 8위, 창원LG가 9위로 프로농구 전통의 강자로 군림하며 우승을 다투던 팀들이 올 시즌에는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통신 3사의 역할은 '고춧가루 부대' 정도로 입지가 축소됐다.
그러나 볼거리가 하나 있다.
2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SK와 LG의 맞대결이다. 통신사 더비 또한 맥빠진 것이 사실이지만 8·9위간의 싸움이 그것이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김선형(28·SK)과 김종규(25·LG)의 불꽃튀는 대결이 있다.
◇부상 악재 SK, 믿을 건 김선형뿐
김선형의 시즌 초반은 우울했다. 국가대표로 차출된 상황에서 불법도박 혐의에 휩싸였고, 징계를 받아 지난해 11월까지 코트에 서지 못했다.
그 사이 SK는 데이비드 사이먼(34), 김민수(34), 박승리(26) 등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처졌다. 그나마 실낱같은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이어가다가 최근 또다시 부상 악재를 맞았다. 드워릭 스펜서(34)가 전치 4주 부상을 당해 대체 선수로 드웨인 미첼(34)을 불러들여야 했고, 지난 23일 kt전에서는 부상에서 복귀했던 김민수가 또다시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쳐 전력에서 이탈했다.
결국 SK가 기댈 곳은 김선형뿐이다.
작년 11월 21일 원주 동부전에서 복귀한 뒤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맹활약한 김선형은 평균 득점 13.5점, 어시스트 5.6개를 기록하며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선형이 없는 동안 7승13패로 처져있던 SK는 그가 돌아온 뒤 9승(14패)을 보태는데 그쳤지만, 코트를 지휘하는 가드 김선형의 존재는 팀의 사기는 물론 경기의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김종규를 지배하는 책임감
순위는 9위지만 지금 LG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특히 동부, 오리온, 삼성 등 강팀을 상대로 승수를 챙기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LG의 중심에는 최근 더 강렬해진 존재감의 주인공 '토종 센터' 김종규가 있다.
김종규는 올스타 브레이크 뒤 5경기서 평균 득점 12.2점, 리바운드 9개를 잡아내며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김선형과 마찬가지로 대표팀 차출로 인해 비시즌 때 훈련을 제대로 못한 채 리그에 복귀한 김종규는 초반 부진을 털고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대들보 역할을 하는 김종규의 어깨는 '사고뭉치'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28)의 잦은 출전 정지 징계로 인해 더 무거워졌다.
지난 23일 KCC전에서 경기 중 방송사 중계 카메라를 향해 수건을 던진 길렌워터가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 골밑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종규는 지난 24일 전자랜드전에서 14득점 10리바운드로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승리를 이끈 바 있다.
김종규는 전자랜드전이 끝난 뒤 "나도 많이 부족하지만 후배들을 위해 내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 책임감이 생긴만큼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바로 이런 '에이스'의 책임감이 김종규를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