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라이벌 일본전 승리에는 언제나 영웅이 탄생했다. 세계 최초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신태용팀 역시 '한일전'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한다. 한국과 일본은 30일(한국시간) 밤 11시 45분 카타르 수도 도하에 위치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우승 컵을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인다.
양국이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맞붙는 것은 무려 20년 만이다. 한국은 1992 바르셀로나·1996 애틀란타 올림픽 예선에서 일본을 만나 두 차례 모두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영웅이 있었다. ◇ 1992년의 영웅 '김병수'
1992년 1월, 한국은 올림픽 본선 탈락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 나선 한국은 약체 카타르에게 0-1로 패하는 등 1승1무1패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다음 상대인 숙적 일본을 반드시 꺾어야 본선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에 한국 선수단은 필승 의지로 무장한 채 메르데카 스타디움에 발을 디뎠다.
24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일본의 기세 역시 만만치 않았다. 양팀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득점 없이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 92년의 영웅 김병수감독 / 현 영남대 감독 ]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영웅이 등장했다. 한국의 스트라이커 김병수(46·영남대 감독)는 후반 44분 왼쪽에서 올라온 공을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기적과 같은 골 덕분에 한국은 1-0 극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결국 한국은 다음 상대인 중국을 3-1로 가볍게 물리치고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했다. 1992년 1월 27일 김병수의 골이 없었다면 오늘날 신태용팀의 8회 연속 본선 진출도 없었다.
◇ 1996년의 영웅 '최용수'
1996년 예선전은 지금과 상황이 꼭 닮았다. 1992년 대회와 달리 토너먼트제로 치뤄진 그 때에도 한국과 일본은 결승에서 만났다.
양국 모두 애틀란타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한 만큼 긴장감이 떨어질 법도 했다. 하지만 한일전은 한일전이었다. 아직도 팬들이 손꼽는 한일전 명승부 중 하나로 남아 있을 정도로 치열한 맞대결이 펼쳐졌다.
수비수 이상헌(41)은 경기 중 이마를 다쳐 머리에 붕대를 감고도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일본의 스트라이커 조 쇼지에게 골을 내줘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의 경기를 펼치는 사진 右 최용수 선수의 모습. 사진출처 = 중앙포토 DB ]
[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일본과의 경기를 펼치는 사진 右 최용수 선수의 모습. 사진출처 = 중앙포토 DB ]
이날의 영웅은 '독수리' 최용수(43·FC서울 감독)였다. 그는 후반 37분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1 승리와 함께 우승을 이끌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최용수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주 잘했어요. 코너킥(페널티킥을 착각)을 아주 잘 찼어요"라고 말해 한 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 2016년의 영웅은 누구
2016년 한일전 역시 영웅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대회 내내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무서운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이 소속팀으로 복귀했지만 신 감독은 우승을 자신하고 있다. 문창진(23·포항), 권창훈(22·수원) 등 한 방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문창진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조별리그 1차전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두 골을 터뜨렸으며 요르단전(8강)과 카타르전(4강)에서도 한 골씩 추가하며 한국의 결승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 2016년의 영웅은 누가 될까? 사진 =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권창훈 선수. 사진출처 = KFA ] 권창훈 역시 4골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조별리그 2차전 예멘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시켰고 카타르전에서는 결승골을 뽑아냈다.
신 감독도 28일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자신감이 넘쳐난다"며 새로운 한일전 영웅의 탄생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