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할리우드 배우가 연예정보프로그램 카메라를 향해 "싸랑해요. 코리아"라고 어눌한 인삿말만 던지던 시절은 끝났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한국 문화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 지난 1년 간 한국을 방문한 할리우스 스타들은 키아누 리브스·러셀 크로우·톰 크루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마크 러팔로·크리스 에반스·아놀드 슈왈제너·에밀리아 클라크·리암 니슨·J.J 에이브람스·데이지 리들리·존 보예가·아담 드라이버·토마스 브로디 생스터·클로이 모레츠·톰 하디·잭 블랙 등 10명이 훌쩍 넘는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을 찾는 건 더 이상 신기한 일은 아니다. 한국이 전세계 영화 마켓 중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을 찾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기자회견만 하거나 연예정보 프로그램과의 5분 인터뷰로 한국 팬들과 소통하는 건 아니다. 한국 문화를 즐기며, 한국에 젖어들고 있다.
▶홍보=팬 이벤트
최근엔 할리우드 배우들의 영화 홍보 키포인트는 '한국 팬과의 소통'이다. 일종의 팬 이벤트처럼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최근 내한하면 기자회견 후 레드카펫 행사를 통해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난다. 즉석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일일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하며 쌍방향 소통을 한다. 지난 1년 간 '어벤져스:에이지오브울트론'·'스타워즈:깨어난포스'·'터미네이터 : 제니시스'·'메이즈러너: 스코치 트라이얼' '쿵푸팬더3' 등의 주역들은 모두 레드카펫 행사에서 친절한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한국어로 말하며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톰 하디는 한국 여행을 왔다가 깜짝 팬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톰 하디는 영화 '레전드' 무대 인사에 등장했다. 이날 톰하디는 자신을 보기 위해 영화관 밖에서 기다린 팬들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 사인은 물론, 사진을 찍는 등의 팬서비스를 이어갔다. 영화 팬들은 톰하디와 허그, 악수, 어깨손 등 인증사진을 올리며, 그의 팬서비스에 감동했다는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예능 출연으로 웃음 선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팬들에게 특별한 추억과 재미를 선사하는 할리우드 스타도 있다. '쿵푸팬더3' 잭 블랙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예능감도 보여줬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잭 블랙이 등장했다. 이날 컨셉트는 '예능 학교-스쿨오브樂'이었다. 그동안 '무한도전' 멤버들이 도전했던 것들을 다양한 레벨로 나눠서 잭 블랙이 도전하는 형식이었다. 잭 블랙은 등장부터 코믹했다. 정형돈이 과거 입었던 흰 셔츠에 복고풍 안경을 쓰고 등장해 멤버들과 댄스를 췄다. 이어진 게임에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마시멜로우를 입에 누가 더 많이 넣는지 게임을 할 때는 입 안의 공간을 적절히 활용해 이겼다. 광희와의 대결에서 이긴 후에도 마시멜로우를 더 넣는 등 웃긴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어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촛불을 끄고, 한국 노래 가사를 따라하며 퀴즈를 맞추는 장면 등이 웃음을 선사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클로이 모레츠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했다. 당시 가상 결혼생활을 하는 헨리-예원 커플과 만나 다양한 한국 음식을 먹고, 유행어도 따라했다. 클로이 모레츠는 당시 유행어였던 "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나 꿈 꿨어. 귀신 꿈 꿨어)"라고 한국어로 말하며 애교를 부렸다.
▶한국 영화 출연
아예 한국 영화에 출연한 스타도 있다. 최근 리암 니슨은 한국을 내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한국 촬영을 마치고 다시 출국했다. '인천상륙작전'은 1950년 9월 15일 국제연합군이 맥아더의 지휘 아래 인천에 상륙해 6.25 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군사작전 인천상륙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리암 니슨은 이번 작품에서 국제연합(UN)군 최고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아 이정재·이범수 등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 촬영을 앞두고 인천 자유공원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동상 헌화식에도 참석했다. 리암 니슨은 한국 전쟁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맥아더 장군의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고자 바쁜 일정을 쪼개 헌화식에 참석, 의미를 더했다.
▶할리우드 배우 내한 늘어난 이유
할리우드 배우들의 내한이 늘어나고 적극적으로 한국과 소통하는 이유는 한국 영화 시장 규모가 급성장한 결과다. 한국은 현재 미국,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큰 영화 마켓이다. '무한도전'에 출연한 잭 블랙은 한국을 방문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영화 때문에 왔다"며 "한국의 인구수는 적지만 세 번째로 큰 영화시장"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의 영화산업이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면 아시아에서도 인정받는 느낌이다. 할리우드 역시 이런 한국을 테스트 마켓으로써 괜찮은 시장으로 평가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전에는 단순히 연예정보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내밀고 인터뷰를 하는 정도였다면 최근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홍보를 보여준다. 대중들이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 효과도 굉장히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K컬처의 성장도 한 몫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가 전세계 열풍의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이젠 일본에 J컬처가 있다는 걸 아는 것 처럼 한국에서도 K컬쳐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걸 인정하고, 마케팅한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서로 더 좋은 교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