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우는 빌레펠트를 타고 리우 올림픽을 갈 것이다(Seungwoo Ryu über Bielefeld nach Rio)."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의 프랑크 루셈(56) 기자가 새 팀에 둥지를 튼 류승우(23·빌레펠트)의 후반기 가능성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보내온 답이다.
류승우는 1일(한국시간) 독일 분데스리가(1부 리그)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츠바이트리가(2부 리그) 아르미니아 빌레펠트로 임대 이적(올 시즌 종료까지)했다. 그가 1부 리그를 박차고 2부 리그로 간 이유는 크게 한 가지다. '브라질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는 오는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나설 올림픽대표팀 최종 엔트리 승선을 꿈 꾸고 있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류승우는 이번 대회서 공격수로 뛰며 2골을 뽑아내는 등 올림픽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브라질행을 건 본격적인 경쟁이 지금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귀국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이제 동료들과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면 올림픽에 나설 기회도 없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본선 최종명단은 18명이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3장을 사용할 경우 AFC 챔피언십에 나섰던 23명 중에선 15명만이 남게 된다. 류승우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 17경기에서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못 밟았다. 리우행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경기 출전이 보장되는 팀으로의 이적이 반드시 필요했다.
루셈 기자는 "류승우는 빌레펠트에서 충분한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주전 그 이상의 핵심 선수로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키커의 독일 서부지역 총괄 편집장을 맡고 있는 루셈은 독일 대표적인 축구 저널리스트다. 지난 1980년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에 입사해 36년째 분데스리가를 취재하고 있다. 차범근(63) 전 수원 삼성 감독의 분데스리가 시절을 취재하기도 했다. 1920년 창간한 키커는 1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축구전문지다. 본지는 루셈 기자와 2일 세 차례에 걸쳐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류승우는 올 시즌 전반기 내내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2014년 12월 레버쿠젠과 2018년까지 장기계약을 하며 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로저 슈미트(49) 레버쿠젠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류승우를 '필요한 선수'로 분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2015-2016시즌 분데스리가 전반기(17경기)의 류승우는 레버쿠젠 소속으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출전은 커녕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5번에 불과했다.
류승우는 홈 경기가 열리면 관중석에서 경기를 봤고 선수단이 원정 경기를 떠나면 땐 레버쿠젠에 남아야 했다. 이를 악물고 팀훈련 이후에도 혼자 남아 추가훈련을 했지만 하칸 찰하노글루(25), 크리스토프 크라머(25), 카림 벨라라비(26), 율리안 브란트(20) 등이 버틴 막강 2선 공격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루셈 기자는 "슈미트 감독이 이끄는 레버쿠젠은 주로 전방으로 공을 길게 차 넣은 뒤 공격수들에게 경합을 시키거나 빠른 역습을 펼친다. 류승우와 같은 테크니션에겐 단순히 스피드와 몸싸움으로만 하는 축구는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류승우는 결국 2부 리그행을 결심했다. 리우 올림픽을 출전을 위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택한 것이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류승우는 빌레펠트를 비롯해 하이덴하임, 프라이부르크 등 다수의 2부 리그 팀과 접촉했다. 레버쿠젠의 스카우트 총책임자인 요나스 볼트(32) 매니저는 본지에 "빌레펠트가 류승우 영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류승우도 리우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들기 위해 지금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원했다. 우리 구단은 그가 목표를 이루는 데 최대한 돕고자 하는 마음에 이번 이적에 동의했다"고 알려왔다.
루셈 기자에 따르면 빌레펠트는 기회의 팀이다. 노베르트 마이어(58) 빌레펠트 감독은 슈미트 레버쿠젠과는 전혀 다른 축구를 펼치기 때문이다. 키커의 분석에 따르면 마이어 감독은 단 번에 상대진영을 파고드는 '빠른 축구'보다는 미드필드진에서 패스를 통해 '만들어가는 축구'를 선호한다. 특히 중원에서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류승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루셈 기자는 올 시즌 마이어 감독의 전술을 두고 "민첩성, 스피드, 2대1 패스 능력 등을 갖춘 류승우가 잘 할 수 있는 축구"라고 했다.
지난 시즌 츠바이트리가 경험은 류승우의 강점이 될 전망이다. 그는 2014-2015시즌 2부 팀 브라운슈바이크에 임대돼 처진 공격형 미드필더와 처진 공격수를 오가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류승우는 16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루셈 기자는 "브라운슈바이크에서 뛰며 쌓은 2부 리그 경험은 빌레펠트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는 당시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류승우의 등번호로 '에이스'의 상징인 10번이 배정됐다. 임대 선수에게 10번을 주는 건 이례적이다. 분명 그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걸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베긴(Beginn). 류승우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프로필 제목처럼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베긴은 독일어로 '시작'이라는 뜻이다. 류승우는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팀에서 꾸준한 출전을 통해 리우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