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은 3일 새벽 4시 45분(한국시간)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레스터 시티와의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에서 0-2로 패하며 리그 8위(승점34)로 추락했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영국 통계 전문 웹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리버풀은 이날 경기에서 61.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경기를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77%의 평균 패스 성공률까지 기록했다. 반면 레스터의 패스 성공률은 64%를 밑돌았다.
승부는 결정력에서 갈렸다. 리버풀과 레스터는 각각 14회와 13회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유효 슈팅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리버풀은 2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한데 반해 레스터는 3배에 해당하는 6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최전방 공격수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안 벤테케(25)를 비롯한 공격진들을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선수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리버풀 선수단 전체의 불균형 때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 넘치는 no.10
리버풀 선수단의 불균형한 구성은 위르겐 클롭 감독 부임 전부터 지적돼 왔다. 문제는 그들이 너무 많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유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리버풀 선수 중 no.10(공격형 미드필더)에 가장 적합한 선수로는 필리페 쿠티뉴(24)·아담 랄라나(28)·로베르토 피르미누(25)가 있다. 일반적으로 no.10 역할을 맡을 선수는 단 한 명이면 충분하지만 이들 중 2명을 벤치에도 앉힐 수 없는 노릇.
결국 클롭 감독은 쿠티뉴와 랄라나를 측면에, 피르미누를 최전방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전술로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기대 이상의 몫을 해주곤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
# 부족한 윙어
반대로 측면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리버풀은 지난해 여름 라자르 마르코비치(22·페네르바체)·라힘 스털링(22·맨시티)와 이별했고 전문 윙어는 조던 아이브(21)만 남았다. 그러나 아이브는 리버풀의 측면을 책임지기엔 아직은 부족한 상황.
이에 중앙 미드필더를 선호하는 제임스 밀너(30)가 측면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으며 앞서 언급된 랄라나·쿠티뉴 등이 측면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측면에서 정교한 크로스를 올려줄 능력이 없다.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리버풀이 올 시즌 시도한 패스 중 크로스의 비율은 단 4%에 그쳤다. 이 때문에 리버풀의 측면 공격 방식은 단조로워 질 수 밖에 없었고 벤테케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 벤테케
어쩌면 벤테케는 선수단 불균형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물론 스스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장면도 많았지만, 그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
벤테케는 190cm의 신장을 앞세워 제공권과 포스트 플레이에 능하다. 그러나 리버풀 측면에는 그에게 정교한 크로스를 공급해줄만한 선수가 없는 상황. 그렇다고 해서 후방에서 롱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로 인해 총 7득점에 그치고 있는 벤테케는 피르미누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상황이며, 마리오 발로텔리(25·AC 밀란)보다도 못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전 리버풀 선수 마이클 오언(37)도 최근 영국 ‘리버풀 에코’를 통해 “나는 벤테케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리버풀에 적합한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리버풀 선수단의 불균형 문제는 전술로만 해결하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클롭 감독의 전술을 완벽히 구현하고 리버풀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오는 여름 선수단 정리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