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4)에게 시애틀 홈구장인 세이프코필드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세이프코필드는 홈런이 평균 이하로 나오는 투수 친화적구장으로 파워를 갖춘 이대호도 공략하기 쉽지 않을 수 있는 '타자들의 무덤'이다. 전체적인 구장의 크기(좌측 101m, 좌중 115m, 중앙 123m, 우중 116m, 우측 99m)도 작지 않아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유리하다.
숱한 홈런타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세이프코필드에서 눈 여겨 볼 선수는 있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시애틀에서 뛴 1루수 섹슨이다. 밀워키에서 두 번(2001·2003)의 45홈런 시즌을 만들어냈던 섹슨은 내셔널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였다. 2003년에는 45홈런, 124타점을 기록하며 MVP 투표에서 1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04년에 어깨 수술을 받으며 23경기 출전에 그친 섹슨은 그해 12월에 시애틀과 계약하며 팀을 옮긴다.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부상도 문제였지만 바뀐 홈구장이 변수였다. 섹슨이 주로 활약한 밀워키의 홈구장 밀러파크는 쿠어스필드(콜로라도), 캠든야즈(볼티모어)와 함께 대표적 타자 친화적 구장(2015시즌 홈런 파크팩터 1위)이었다.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세이프코필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줄을 이었다.
도루 능력(12년 통산 14개)이 제로에 가까웠던 섹슨은 '힘' 하나로 시애틀에서 버텼다. 2005년 무려 167개의 삼진을 당해 이 부분 리그 1위에 올랐지만 39개의 홈런과 121개의 타점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홈구장에 2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존재감을 보였다. 이듬해에도 154개의 삼진을 기록했지만 34홈런(홈 17개), 107타점으로 라울 이바네즈(46·은퇴), 애드리안 벨트레(37·텍사스)와 클린업트리오를 형성했다.
섹슨은 시애틀에서 보낸 4시즌 동안 타율 0.244, 105홈런, 321타점을 남겼다. 삼진이 많았지만 그만큼의 홈런으로 홈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철저하게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주력과 선구안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장타력 하나로 버틴 결과였다. 체격(194cm, 130kg)에 비해 비교적 유연하고 섹슨보다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이대호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