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가수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춤도 없고, 랩도 없다. 화려한 의상도 없고, 댄서는 어불성설이다. 노래 하나, 목소리 하나로 관객을 압도해야 된다. 그래서 노래를 정말 잘한다고 평가받아야 발라드 가수 타이틀을 얻는다. '타고남'이 없다면 꿈도 못꿀게 발라드 가수란 얘기다.
그렇게 어려워서 일까. 여성 발라더가 거의 실종 상태다. 위로 이소라·박정현이 있고, 아래로는 듀오 다비치 정도를 제외하고는 딱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그 자리에 가장 가까운게 바로 보컬리스트 손승연이다. '보이스 코리아' 출신인 그의 스승 역시 '발라드 황제' 신승훈이다. BMK '물들어'를 불러, 이름을 알렸고 이어서도 발라드 곡들만 발표하고 있다. 차트 성적이 좀 아쉬운 편에 속했지만, KBS 2TV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노래잘하는 가수' 타이틀은 분명히 얻어갔다. 차세대 발라드 가수라는 설명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데뷔 이후 활약이었다.
그런데 손승연이 발라드 가수 타이틀을 내려놨다. 최근 발표한 신곡 '미스 버건디'에서 본인 이름빼고 다바꿨다. 창법은 알앤비 스타일로 바꿨고, 곡 장르는 재즈 힙합이다. 심지어 본인이 랩도 한다. '발라드 가수 손승연'은 싹 지운 셈이다. 안정이 아닌, 변화를 모색한 손승연의 이유를 들어봤다.
-송승연의 변신이다. "사실 이름빼고 다 바꿨다. 많은 분들이 날 발라드 가수로 알고 있는데, 다양한 장르의 음악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발라드 가수로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고 봤는데. "사실 부담됐다. 항상 좋아하는 장르나 하고 싶은 장르는 힙합 알앤비였다. 근데 시작을 '물들어'로 해서, 이름을 알리고 노래를 알리기엔 발라드 음악이 좀 더 편할 수 있다고 봤다. 이제는 새로운 모습이 필요할 때다."
-이곡의 장르를 재즈 힙합으로 정의했다. 힙합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전문적으로 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 다행인건 지금까지 많은 힙합 그룹과 콜라보를 해서 이질감이 없었다. 내 음악적인 욕심인거 같다. 회사와도 충분해 상의했다. 대표님에게는 랩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여드렸다. 좋게 봐주시더라."
-라이브 하기 정말 힘들겠다. "연습을 많이 해야된다. 근데 '경고'도 그렇고 '친구여'도 그렇고 랩하는건 정말 좋아한다. 취미로 고등학교 때부터 해서 보여드릴 기회가 왔다는것만으로도 기쁘다."
-박근태 작곡가와의 작업이다. "사실 첫 작업은 아니었다. 데뷔곡을 써준 분이다. 미니 앨범의 프로듀서이기도 했고. 워낙 성격이 꼼꼼해서 진짜 많이 믿고 의지하면서 작업을 했다."
-일단 곡 소개를 부탁한다. "곡 내용 자체는 사랑에 대한 갈등을 표현했다. 랩도 하고 노래도 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많이 애착을 갖고 있는 곡이다. 랩 가사는 타이거JK와 비지 씨가 써줬다. 랩을 할때는 타이거JK 선배님이 많이 봐주셨다. 녹음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영광이었다. 장르는 힙합인데, 재즈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멜로디가 어렵지 않으면서 군대군데 포인트가 있다."
-랩 실력을 스스로 평가해본다면. "배운적이 없어서 사실 아무것도 아닌거 같다. 그냥 래퍼 분들이 보면 꼬마애가 랩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을까."
-'언프리티 랩스타'를 구상한 작업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황이 주어지면 감사하겠지만 부담스럽긴하겠지. 누군가와 경쟁할 실력도 아니라서. 래퍼가 되기 위해서는 가사도 써야하니까 준비할게 많겠다. 혹시라도 하게 된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해야할거 같다."
-난 손승연을 '톱밴드'(고등학생) 때부터 봤다. 그 때와 지금은 모든게 달라졌을텐데. "성격은 많이 안 바뀐거 같다. 그 때 같이 밴드했던 친구들이 이번 '톱밴드'에 또 나왔는데, 응원도 가고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외모적으로는 회춘한 느낌이 있다. 별명이 이모님이었는데 이젠 많이 괜찮아지지 않았나. 하하."
-회춘한 비결은. "살을 많이 뺐지. 그게 제일 크다. 다이어트가 제일 크다. 다이어트가 최고의 성형인거 같다."
-아직 손승연하면 떠오르는 히트곡이 없다. "동의한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곡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름 하나 빼놓고 다 바꾼게 괜히 그런게 아니다. 이번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손승연하면 떠오르는 곡들이 됐으면한다."
-'불후의 명곡' 등에서 남의 노래를 많이 부르다보니, 본인의 노래가 취약한건 아닐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불명'을 하면서 배우는게 많다. 옛날 노래를 부르면서 많이 깨닫고 있다. 옛날 노래 중에 정말 좋은 곡들이 많구나라고. '불명'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고 신곡 무대에서는 그걸 깨면된다. 괴리감을 느끼는 분도 있고 새로움을 느끼는 분도 있을거다."
-손승연이란 가수의 색깔은. "장르에 상관없이 손승연하면 어떤 색깔이 떠올랐으면 한다. 그걸 찾고 있다. 지금까지의 색깔은 어떻게 보면 시원시원한 음악이라고 본다. 무대 위에서도 그런 류로 많이 편곡을 많이 했고. 이제는 바꿔보려고 한다. 지르는 것도 좋지만. 손승연 만의 것을 찾고 있다. 약간 걸크러쉬를 일으키는 이미지였으면 좋겠다. 물론 남자한테도 관심은 많다. 그래도 딱 정의를 하자면 '저 언니 저 누나 멋있다' 이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자기 할일 열심히 하는 멋있는 가수."
-'불후의 명곡' 무대 중 톱3 무대를 꼽자면. "하나는 신해철 선배님 무대였다.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는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 무대였다. 너무 많이 울면서 노래했다. 그 다음이 조용필 선생님의 '못찾겠다 꾀꼬리'리 무대였다. 록으로 편곡했고 사물놀이 패가 들어왔는데, 스케일이 커서 기억에 남는다. 그 이후에 선생님이 화환을 보내줬다. 내 무대를 잘 봤다고. 모든 언니오빠의 부러움을 샀다. 아직까지도 가보로 남겨두고 있다, 신승훈 코치님의 '그 후로 오랫동안' 무대도 정말 좋았다. 아직도 코치님께는 전화 자주 드린다."
-이루고 싶은 점은. "첫 번째로 손승연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 그 숙제를 해결하고 싶다. 신승훈 코치님 콘서트를 가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떼창'을 해주고 그러면 가수로서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점을 느꼈다. 코치님 같은 가수가 되어야지, 오래오래 음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