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31·롯데)는 올 시즌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하다. 기존에 맡던 포수조 조장에 주장 완장까지 달았다. 한 가정의 가장까지 됐다. 어느 한쪽도 소홀할 수 없는 자리. 한 번에 짊어지기 버거울만도 하다. 그러나 최소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지금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점차 하나가 돼가는 팀의 변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지난달 열린 시무식에서 조원우 롯데 감독의 선임으로 주장이 됐다. 선후배는 물론 야수조와 투수조를 모두 아우르며 팀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연차(13년)도 적지 않고, 팀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이기도 하다. 강민호는 "모든 일에서 솔선수범하는 주장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1차 캠프는 첫 번째 시험대였다. 강민호는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 후배들은 혀를 내두른다. 내야수 정훈은 "강도 높은 훈련 덕분에 힘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강)민호형이 잘 이끌어가고 있어서 활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승택도 "원래 솔선수범하는 편이었지만 올해는 모든 일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며 같은 생각을 전했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달라졌다. 지난 9일 열린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강민호는 전보다 기민한 주루 플레이를 보였다. 누상에서 투수를 흔드는 스킵 동작을 하고, 귀루할 땐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통산 도루가 19개에 불과한 그에게 도루를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조원우 감독이 강조한 '기본'을 실천했다. 강민호는 "주루 코치님께서 주문하신 부분을 했을 뿐이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동료들에겐 귀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주목받는 자리에 있는 만큼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생겼다. 강민호는 "내가 먼저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이다. 나 자신도 활력이 더해져 운동도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영향력에 대한 자만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어떤 부분이 비치게 될지 모르다 보니 작은 부분도 신경을 쓰는 것이다. 가끔은 '분위기 메이커'였던 시절이 무색할 때도 있다. 강민호는 "후배들에게 가볍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고 했다.
강민호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창에 적힌 'One Team'은 그가 원하는 팀의 지향점을 알 수 있는 단어다. 강민호는 "그저 겉으로만 하나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팀 승리를 위해 모두가 간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원 팀이라고 생각한다. 마운드의 투수의 1구를 바라보는 마음, 박빙에서 타석에 타자에게 거는 기대가 모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올 시즌은 진정한 원 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도 달라졌지만 다른 고참 선수들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강민호는 "1차 캠프에서 형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손)승락이 형이나 (강)영식이 형은 한 시간 먼저 훈련장에 나와 몸을 푸시는데 그 자체만으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달라지려 하는 것이 보인다. 지난 몇 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좋은 기운이다. 어깨는 무겁지만 그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껏 부푼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