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의 '페널티킥 도움' 논란이 하루가 지난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15일(한국시간) 새벽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캄프 누에서 벌어졌다. 바르셀로나는 2015-2016시즌 프리메라리가 23라운드서 셀타 비고를 만나 6-1 대승을 거뒀다. 논란이 된 상황은 바르셀로나가 3-1로 앞서던 후반 36분 메시의 페널티킥이다.
메시는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 페널티 스팟(페널티킥을 찰 때 공을 놓는 지점) 앞에 섰다. 앞서 리그 299호 골을 성공시킨 만큼 경기장을 찾은 7만여 팬들은 그의 300번째 득점을 기대했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메시는 평소처럼 골문 구석을 노리거나 강한 슈팅을 시도하는 대신 공을 살짝 건드리기만 했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쇄도해 온 루이스 수아레스(29)는 메시가 건드린 공을 그대로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이미 몸을 날린 골키퍼는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수아레스는 이 골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리그 득점 선두(23골)에 올랐다.
경기는 탈 없이 끝났지만 장외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스페인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현지 언론은 여전히 바르셀로나의 4번째 득점 상황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16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 페널티킥, 무례함이었을까 천재적이었을까'라는 제목으로 이 장면에 대립각을 세우는 이들의 의견을 상세히 소개했다.
BBC는 "바르셀로나의 팬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메시의 페널티킥을 즐기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를 무례하고 오만한 플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양팀 감독의 의견은 어떨까. 두 팀 감독은 메시의 플레이엔 문제가 없다고 못박았다.
바르셀로나 루이스 엔리케(46) 감독은 "규칙에 어긋난 것이 아니다"며 선수들을 감쌌다. 그는 "우리는 우승을 목표로 할 뿐 아니라 경기를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누군가는 이 장면을 좋아했을 테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에둘러 표현했다.
패장 에두아르도 베리조(47) 셀타 비고 감독 역시 "내가 화난 이유는 6골이나 내줬기 때문이다"며 "골 장면에는 문제가 없다. 그 페널티킥은 우리에 대한 존중과는 별개의 문제다"며 선을 그었다.
바르셀로나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69)는 후배의 플레이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지인은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크루이프가 경기를 시청하며 메시의 페널티킥 도움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크루이프는 아약스(네덜란드) 선수로 뛰던 1982년 당시 비슷한 플레이로 골을 터뜨린 바 있다. 그의 감회가 더욱 남달랐던 이유다. 그 외의 여러 축구인들도 감탄사를 연발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전설적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38)는 자신의 SNS에 "메시"라는 한 단어와 함께 '오케이'를 의미하는 이모티콘을 통해 그를 칭찬했다.
게리 리네커(56) BBC 해설위원 역시 SNS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후반전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 동정심이 든다. 매우 환상적이었다"며 이들을 극찬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마이클 오웬(37)은 "이렇게 잘하는 축구는 본 적이 없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남겼다.
이와 반대로 "메시가 상대를 조롱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셀타 비고의 몇몇 선수들은 수아레스에게 골을 허용한 뒤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스페인 스포츠전문지 마르카는 15일 "셀타 비고의 선수들이 메시의 플레이에 불쾌한 감정을 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페널티킥 도움은 상대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독일 DPA통신 역시 마르카와 비슷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아일랜드 국가대표 출신 이몬 던피(71)는 메시가 축구의 '신성불가침' 영역을 넘어섰다며 통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16일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메시는 축구와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그의 행동은 천박했다"며 일갈했다. 이어 "축구는 명문화된 규정보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영혼이 더욱 중요하다"며 "만약 그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었다면 이런 플레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구팬들의 생각은 어떨까.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메시의 페널티킥 도움이 훌륭했는가? 무례했는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6일 오후 현재 '훌륭했다'라는 의견이 77%로 축구팬들은 대체로 메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무례했다'에 표를 던진 축구팬은 2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