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이론의 대가인 김용달 KBO(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이 "언제든 3할을 칠 수 있다"고 평가하는 선수다 있다. LG 박용택(37)이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타율을 기록한 박용택이다. 컨택트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그는 타격을 '사랑'하는 선수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박용택은 "타격에 관해 연구하고 선후배와 얘기를 나누는 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그에게 타격은 직업이자, 취미다.
타격에 대한 대화 파트너 중에서는 정성훈과 궁합이 맞는다. 박용택은 "슬럼프에 빠질 때 성훈이의 한 마디가 큰 도움이 된다. 거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지난 주 캠프를 방문한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과도 장시간 타격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메이저리그 경기 시청을 즐긴다. 그가 연구했던 타자는 켄 그리피 주니어, 치퍼 존스, 배리 본즈 등이다. 가장 많이 연구한 선수는 LA 다저스의 아드리안 곤살레스다. 물 흐르듯 여유있는 타격 메커니즘에 반했다. 박용택은 "예전엔 타격폼이 거칠었다. 고려대 시절 이종도 감독이 존 올러루드의 타격 영상을 보여주며 '부드러운 스윙을 하라'고 조언했다"며 지금 곤살레스의 스윙은 올러루드와 비슷한다. 여유있는 타이밍으로 스윙을 한다. 나는 그런 스윙을 해야 하는 타자다. 공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김용달 위원과는 2007~2009시즌 타격 코치와 선수로 만났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2007년과 2008년엔 타율이 0.278과 0.257에 그쳤다. 하지만 박용택은 김 위원과의 만남을 의미있게 생각한다. 김 위원은 타격 이론을 파고드는 학구파다. 박용택도 그렇다. 박용택은 "내가 겪은 지도자 중 가장 좋아하는 분이다. 밤 늦게까지 타격 영상을 함께 보면서 새벽에 T배팅을 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박용택은 "타율이 떨어지자 지도 방식에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2009년 박용택은 타율 0.372로 타격왕에 오른다. 박용택은 "당시에는 공이 멈춰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맞았다. 나도 신기해서 내 폼을 다시 보곤 했다. 자세히 보니 김 코치의 조언이 내 몸에 배어 있더라. 그제서야 조언이 이해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용택은 지난 시즌 후반에도 타격폼을 바꿨다. 공을 맞추는 순간, 한 손을 놓으면서 스윙 궤적에 변화를 줬다. 2차 캠프를 치르는 그는 "이제 배트를 두 손으로 잡으면 어색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에게 타격은 늘 변화하는 과정이다. 박용택은 "타격은 정말 어렵다. 모든 타자가 다른 골반 형태와 체형을 갖고 있다. 관절 하나하나가 열쇠 같다. 양준혁, 이승엽 선배도 항상 타격폼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 최근 투수들은 빠른 싱킹패스트볼을 던진다. 투수가 변화하는데, 타자가 안주할 수는 없다"며 "내가 항상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