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VR(가상 현실)이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 게임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VR 산업이 크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될 킬러 콘텐트 중 하나로 게임이 꼽히고 있어 게임사들이 VR 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견 게임사들은 올해 VR 게임을 선보여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형 게임사들은 아직 VR 게임을 즐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관망하고 있다. 한빛·엠게임·조이시티 올해 출시 목표
현재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곳은 한빛소프트·엠게임·조이시티·드래곤플라이 등이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VR 게임을 연구하고 개발해왔다.
가장 많은 VR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2014년 'VR 콘텐트 사업본부'를 신설한 한빛소프트이다. 한빛소프트는 비디오 게임 전문 개발사인 스코넥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자사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VR 게임인 '헬게이트 VR'과 '오잉 VR'(이하 가칭) 2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RPG로 개발됐던 헬게이트를 활용한 헬게이트 VR은 원작의 괴기스러운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고 사실성을 높여 한층 다이내믹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히고 있다. 한빛소프트는 또 자체적으로 개발한 VR 게임 3종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빛소프트의 대표작인 '오디션'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A와 셰프가 돼서 음식을 만드는 '프로젝트 K', 슈팅 게임의 맛을 살린 '프로젝트 H' 등이다. 프로젝트 A는 게이머가 실제 콘서트 무대에서 공연하는 듯한 가상현실을 경험하게 될 예정이다.
조이시티는 대표 모바일 게임인 '건쉽배틀'의 활용한 '건쉽배틀2 VR'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 VR 연구를 시작한 조이시티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고 2014년 말부터 건쉽배틀2 VR의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상당 부분 개발됐으며 올해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삼성과 소니, 오큘러스, HTC 등 VR 기기들의 출시 일정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조이시티 관계자는 "전 세계 6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컨쉽배틀을 원작으로 하고, VR에 잘 맞는 헬리콥터 전투 게임이라는 점에서 초기 VR 게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VR 게임 시장 선점 노려
엠게임도 유명한 딸 키우기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메이커2'를 기반으로 한 VR 게임을 연내 첫 선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프로 바둑 기사를 이길 정도로 발전한 딥 러닝 기술을 활용, 프린세스메이커의 캐리터가 이용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FPS(총싸움)와 레이싱 장르의 VR 게임 2종을 개발하고 있다. FPS VR 게임은 인기 FPS 게임인 '스페셜포스'을 기반으로 한 것이고, 레이싱 VR 게임은 중국에 선보였던 '가속스캔들'의 개발 노하우를 활용한 작품이다.
드래곤플라이 박철우 대표는 "작년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서 VR 게임 산업을 주목하고 R&D를 진행해 왔다"며 "올해 가시적인 결과물로 VR게임 시장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견 게임사들이 VR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게임즈 등 대형 게임사들은 VR 게임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 대형 게임사 "시기 상조"
이들은 아직까지 VR 게임 시장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VR 기기가 커서 휴대성이 낮고 가격도 부담스러워서 대중적인 보급도 안돼 있다는 것. 또 아직까지 VR 게임을 20~30분 이상 오래하기 힘들다는 점도 산업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VR 게임의 산업화는 의료나 건축, 여행 등에 비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VR 기기가 선글라스 수준이 돼야 하고 1시간 이상 착용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방 의장은 "여러 VR 기기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는 어떤 기기에서도 호환될 수 있는 미들웨어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