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 벤츠의 명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초부터 개별소비세 인하분 환급을 두고 고객과 마찰을 빚고 있으며, 정부와 국내법을 비웃으며 소비자까지 속이고 차량을 판매해오다 적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량 화재 사고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수입차 업계의 '트러블 메이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도 모르게 변신한 변속기
1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판매하던 벤츠 S350 4개 모델의 판매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첫 판매 중지 처분이다.
자동차관리법상 업체가 새로운 차량을 국내에서 판매할 경우 달라진 제원이나 성능 등을 자기인증 절차를 거쳐 주무부처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최근 국토부에 신고를 하지 않고 '9단 변속기'를 장착한 S350 모델을 국내에서 버젓이 판매했다.
벤츠코리아가 당초 국토부에 신고한 모델은 ‘7단 변속기’를 장착한 S350 모델이었다. 특히 벤츠코리아는 9단 변속기 차량을 출고하면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자동차등록증에는 7단 변속기 차량으로 표기해 판매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판매한 9단 변속기 장착 S350 모델은 100여 대"라며 "벤츠코리아가 자동차관리법상 자기인증 절차를 완료할 때까지 판매중지 조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위법성을 판단한 뒤 벤츠코리아 법인 또는 대표를 고발할 방침이다. 문제가 된 차량을 언제부터 판매했는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자동차관리법상 자기인증 절차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9단 변속기 인증 과정이 길어지면서 9단 변속기 S350을 제 때로 출시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인증 절차를 밟지 않고 출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문제가 범법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 등의 처벌도 불가피해 보인다"고도 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 IS포토 원인 불명 화재 잇따라
벤츠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차량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 고객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달 28일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서 모(31)씨가 몰던 벤츠 C220이 불이 났다. 서씨 등 차에 타고 있던 3명은 차에서 연기가 나자 즉시 대피했다. 불은 발생 5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경찰과 소방서는 차량 엔진 룸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또 같은 달 26일에는 서울 강남구 일대를 주행하던 벤츠 E클래스 세단에서 불이 나 엔진이 다 탔다. 해당 화재는 운전자가 주행 중 보닛 부분에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 신고해 알려졌다. 소방당국 출동 당시 차량에 옮겨 붙은 불은 엔진룸이 전소된 뒤 진압됐다.
일부에서는 해당 차량이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16일 2012년 7월 2일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판매된 벤츠 E클래스와 CLS클래스 등 1만6500대를 엔진 화재 위험을 이유로 리콜 조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벤츠 코리아는 "화재 사고에 대해 확인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9일 낮 12시쯤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양재IC 부근을 지나던 벤츠 S350 승용차의 보닛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개소세 환급 놓고 고객과 갈등
벤츠코리아는 최근 개별소비세 인하분 환급을 두고도 소비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논란은 지난 3일 정부가 작년 12월로 종료된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인하(5→3.5%) 조치를 올해 6월까지 연장하고 올해 판매한 자동차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현대기아차·르노삼성·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 도요타·포드 등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개소세 환급에 나섰다.
반면 벤츠코리아는 환급을 거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1월 개소세 인하분 만큼 미리 가격을 낮춰 할인 판매했기 때문에 환급을 해주면 이중 할인이 된다는 입장이다. 개소세 인하가 끝난 시점에 벤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5000여 명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벤츠코리아의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벤츠코리아가 1월에 판매한 차량은 대부분 지난해 12월 통관절차를 거치면서 당시 인하된 개소세를 납부했는데 1월에 다시 오른 개소세를 내준 것처럼 허위·과장광고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법무법인 바른과 함께 집단 소송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도 벤츠코리아의 부당 행위를 관계 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정주 연맹회장은 "이번 주 벤츠코리아에 환급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내고 응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공정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제시한 환급 불가 이유가 적절한지, 개소세 인하분 만큼 가격을 인하했는지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