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SK 시절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2008시즌 이후 매년 50경기 이상 출장하며 3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중간과 마무리를 쉼없이 오가며 활약했고, 100홀드 대기록까지 달성했다.
KBO리그는 특정 불펜 투수에게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 때문에 3시즌 이상 호투를 이어간 구원 투수는 매우 드물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구원 투수의 몸값이 폭등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정우람은 이례적으로 꾸준하다.
SK 시절을 함께 한 구단 관계자는 "정우람은 휴식이 길면 오히려 불안한 유형의 투수다. 짧게 자주 던지면서 투구 감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꾸준함'을 타고 났지만, 정우람도 나이를 먹는다. 그는 "30대가 되니 투구 후 회복이 어렵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어깨 상태는 비슷한 커리어의 투수와 비교해 매우 싱싱하다.
연이은 국가대표 탈락과 군 복무가 전화위복이 됐다. 정우람은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태극마크와 늘 거리가 멀었다. 오른손 강속구 투수와 국제대회에서 강점을 보이는 옆구리 투수에게 밀렸다. 정우람은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프로 데뷔 후 1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뒤늦게 태극마크를 달다보니 병역 면제와 인연도 없었다.
[ 한화 이글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정우람 선수 ]
정우람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에 실패하면서 현역 복무를 했다.
소속팀 SK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기도 했다.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는 경찰청·상무가 아닌 현역 복무를 택했다. 현역이지만 출퇴근이 가능한 상근예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쳤다. 덕분에 데뷔 후 10년 동안 쉼없이 돌린 정우람의 왼어깨는 2년의 휴식을 얻었다.
정우람은 "2년 동안 군 복무를 한 것이 어깨에 충분한 휴식이 됐다. 지난해 실전 감각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적응은 이미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시절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아 섭섭한 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프리미어12 우승을 통해 한을 풀었다. 이제 팀을 위해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