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스터 시티를 두고 한 말이다.
스포츠 베팅 업체의 예상도 다르지 않았다. 영국 스포츠 도박 업체 윌리엄 힐은 시즌 시작 전 이들의 우승 확률을 5000분의 1로 내다봤다. 우승 가능성이 '0'에 가까웠던 셈이다. 그런 레스터가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다.
◇두 달째 고공 질주
여전히 단독 1위다.
레스터는 6일 2015~2016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왓포드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이기며 선두를 더욱 굳건히 했다. 이날 승리로 레스터(승점60)는 2위 토트넘과의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렸다. 1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승리의 여신도 레스터를 응원하는 듯하다. 남은 일정이 우승 경쟁권에 있는 팀들에 비해 유리하다. 레스터는 토너먼트 대회인 잉글랜드 축구협회(FA) 컵과 리그 컵에서 일찌감치 떨어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유럽 대항전에도 나서지 않는다. 이들에게 남은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9경기 뿐이다. 체력적 부담이 덜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남은 일정 중 3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마지막 라운드 첼시전을 제외한다면 강팀과의 맞대결도 없다.
반면 2·3·4위의 남은 일정은 상대적으로 빡빡하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일정을 남겨두고 있으며 3위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와 FA컵 본선에 올라 있다. 4위 맨체스터 시티 역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세 팀 모두 프리미어리그에 전력을 쏟아붓기 어려운 상황이다.
◇1995년 블랙번
레스터의 고공 질주는 21년 전 블랙번 로버스를 떠오르게 한다.
1994~1995시즌 블랙번은 승격 3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블랙번에는 잉글랜드 최고의 스트라이커 앨런 시어러(46)와 팀 셔우드(47)라는 걸출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시어러는 우승 당시 리그에서만 34골을 몰아쳤으며 셔우드는 중원에서 제 몫을 다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3회)·첼시(4회)·아스널(3회)·맨체스터 시티(2회) 등 빅클럽이 아닌 팀이 우승한 사례는 블랙번이 유일하다.
블랙번의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 뒷심이 문제였다. 당시 이들은 시즌 막판 5경기서 3패를 허용해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1위를 내줄 뻔 했다.
시어러는 4일 영국 PA통신과의 인터뷰서 당시를 회상하며 "시즌 막판 우여곡절이 심했다. 당시 우리는 매우 긴장한 상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 21년전, 1994-95 시즌에 블랙번 로버스는 EPL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 앨런 시어러 ]
우승은 달콤했으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1995~1996시즌 블랙번은 리그 7위에 그쳤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승1무4패로 조별 라운드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다음 시즌 시어러는 이적을 결정했다. 블랙번은 이를 끝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고 현재는 2부리그 17위에 머물고 있다.
21년전 블랙번은 레스터의 좋은 참고 사례다. 경험이 부족한 레스터 역시 뒷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우승 여부를 떠나 시즌을 마친 뒤 리야드 마레즈(25) 등 간판 스타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