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통신업계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KT는 최근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결의에 대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여론전을 넘어서 합병 저지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 것. 반면 SK텔레콤 진영은 주총에 이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합병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KT는 CJ헬로비전의 주주인 자사 직원이 서울남부지법에 CJ헬로비전이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SKB와의 합병을 결의한 것에 대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8일 밝혔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작년 11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기로 결정하고 정부에 인·허가를 요청했다. CJ헬로비전은 주주총회에서 SKB와의 합병을 의결해 인·허가 심사를 하고 있는 정부를 압박했다.
SK텔레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를 비롯해 시민단체, 일부 정치권에서는 1위 사업자 간의 합병으로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시장을 SK텔레콤이 독과점할 수 있고,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며 합병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소송은 그 일환이다.
이번 소송은 CJ헬로비전의 주주인 KT 직원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KT가 회사 차원에서 주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KT는 합병 비율의 불공정한 산정과 방송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가능성 등을 이유로 주총 결의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SKB 주식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게, CJ헬로비전 주식 가치는 낮게 평가하는 등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게 산정돼 CJ헬로비전 주주는 손해를 보는 반면 SKB의 지분 100%를 보유한 SK텔레콤은 이득을 보기 때문에 무효라고 강조했다.
KT는 또 양사의 합병 결의가 '경영권의 실질적 지배자가 정부의 주식인수 승인 없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법도 위반했다고 했다.
SK텔레콤 진영은 KT의 소송 공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합병 이후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이날 SK브로드밴드는 합병법인이 국내 콘텐트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 1년 간 3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총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후 콘텐트 제작에 2200억원, 스타트업 지원에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3200억원 중 1500억원은 출자하고 1700억원은 투자를 유치해 조달할 예정이다.
SK브로드밴드 이인찬 사장은 "펀드는 제작사와 투자사 대상 설명회를 거쳐 오는 7월부터 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진영은 주총 결의에 이어 투자 계획 발표 등 합병을 위한 절차들을 속도감 있게 진행,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정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정회와 토론회 등으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여론 수렴 절차를 마무리하고 심사에 돌입했다. 또 TF팀을 구성해 인·허가 시 어떤 조건을 달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