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리그 1위 전주 KCC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삼성을 꺾고 올라온 안양 KGC의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는 치열함을 잃었다. KCC의 일방적인 독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되자 KCC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정규 리그 막판 '파죽의 12연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KCC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득점 기계' 안드레 에밋(34)과 '골밑의 지배자' 하승진(31)의 존재감도 KCC 승리에 무게감을 싣게 했다. 또 4강에 직행해 체력적 우위도 있었다. 올 시즌 전적도 5승1패로 KCC가 한참 앞섰다. 모든 면에서 KCC가 유리하다는 전망이었다. 그래도 KGC가 접전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대로였다. KCC의 홈구장인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7일), 2차전(9일)은 KCC가 압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80-58 대승을 챙겼고, 2차전에서는 99-88로 여유롭게 승리했다. 전망대로 에밋과 하승진은 최고의 모습을 보이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에밋은 1차전에서 27득점, 2차전에서 39득점을 폭발시켰다. 4강 평균 득점이 33점이나 된다.
KGC에는 에밋을 막을 자 없었다. 하승진은 1차전에서 15득점·16리바운드, 2차전에서 14득점·16리바운드를 올리며 골밑을 지배했다. 하승진의 높이에 KGC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한 마디로 KCC는 압도적이었고 KGC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싱거운 승부에 농구팬들도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KCC가 3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것이 유력하다.
안양 KGC
안양 KGC
하지만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 KGC 입장에서는 한 가지 '희망'이 있다. 11일 열리는 3차전이 KGC 홈구장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KGC는 올 시즌 홈에서 최강의 모습을 보였다. 홈에서의 자신감은 그 어떤 팀보다도 높았다. 그들은 '안방 불패'의 팀이라 불렸다. 올 시즌 기록한 홈 15연승에서 나오는 자긍심이다. 올 시즌 최다 홈 연승 기록이자 역대 2위의 영광이었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홈 이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열광적인 KGC 팬들의 응원과 지지도 4강에서 다시 시작된다. KGC가 홈에서의 반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2차전 패배 뒤 김승기(44) KGC 감독은 "3차전은 홈에서 한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안양에 가서 열심히 하자'고 당부했다"며 홈에서의 다른 모습을 기다렸다. 추승균(42) KCC 감독은 "KGC가 홈경기에서는 강하다. 3차전은 원정이라 힘든 경기가 될 수 있다. 경기 초반에 기세가 넘어가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 다른 마음가짐으로 나올 것"이라고 원정 부담감을 드러냈다.
KGC가 홈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면 이번 시리즈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반대로 KCC가 '홈 극강'인 KGC의 안방마저 몰락시킨다면 우승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다. 다른 4강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승자가 누가 되더라도 정규 리그 포함 15연승을 달린 KCC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