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지난해부터 박병호(30·미네소타)에 대해 이런 의문을 가졌다. 박병호는 3월 시범경기에서 안타와 홈런을 때려내며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시범경기 초반일 뿐이다. 한 스카우트는 “박병호는 배트를 잡은 두 손 위치가 높다. 그래서 컨택트 포인트까지 거리가 길다. 몸쪽 공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타격폼 수정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타격 이론에 일가견이 있는 마해영 호서대 겸임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시속 95마일짜리 몸쪽 공에 박병호는 약점을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 공은 어떤 메이저리그 강타자라도 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그 공까지 때려내면 투수는 어떻게 먹고 사나?”
마 교수는 “박병호의 시범경기를 지켜봤다. 넥센 시절과 타격폼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자기 스윙을 하면서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초반에는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 투수들은 인터벌이 짧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정면 승부가 들어온다. 지금은 어느정도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파워포지션’이라고도 하는 스윙 전 두 손 위치에 대해서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굳이 수정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마 교수는 “나는 두 손 위치는 귀에 가까울수록, 뒤로 갈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이승엽과 이대호의 두 손 위치도 비슷하다. 파워와 스피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손 위치가 머리 앞에 있거나 낮으면 백스윙 동작이 커진다. 백스윙은 비유하자면 스프링잡아당겨 힘을 모으는 과정이다. 힘이 모이면 스윙을 한다. 하지만 박병호처럼 강한 힘을 가진 타자는 두 손 위치를 올리는 것만으로 백스윙 효과를 낼 수 있다. 아무나 하지는 못한다. 마 교수는 “박병호는 강한 몸을 가진 선수다. 과거 일본의 마쓰이 히데키보다 훨씬 낫다. 파워로는 충분히 미국 선수와 경쟁할 수 있다”며 “박병호에게 놀랄 만한 성적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과거 노모 히데오와 박찬호가 미국에 진출했을 때 현지에선 “아시아 투수는 체력이 약해 메이저리그의 긴 스케줄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다. 이는 편견으로 판명났다. 하지만 야수들은 아직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출신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진출 뒤 겪은 장타력 감소 현상은 박병호에게 붙은 의문부호와 무관하지 않다.
마 교수는 “물론 메이저리그 경기 수는 많다. 하지만 연습경기까지 치면 한국 프로야구 선수도 1년에 200경기 정도 치른다. 훈련량이야 이쪽이 훨씬 많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