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CJ헬로비전(이하 CJHV)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는 SK텔레콤에 희소식이 날아왔다.
미국 케이블TV 업계 2위 사업자인 타임워너케이블(TWC)과 3위 사업자인 차터 커뮤니케이션 간의 인수합병 승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
국내에서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과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의 결합으로 공룡 기업의 등장을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나온 소식이어서 SK텔레콤은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인수합병 심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이다.
미국 케이블TV 2·3위 합병 승인 임박
22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차터와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을 승인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FCC는 차터가 작년 5월 TWC 주식을 1주당 195.71달러씩(21만6500원), 총 553억달러(약 61조2115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10개월째 합병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FCC는 이번 사안이 동종 업계 간 M&A라는 점에서 시장 경쟁 저해 및 독과점 우려가 높아 심사숙고하고 있다. FCC는 지난해 미국 케이블 가입자 2240만명을 보유한 1위 사업자 컴캐스트가 2위 사업자 TWC를 인수하겠다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이번 차터와 타임위너의 경우는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편익 향상 등 시장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판단해 빠르면 오는 4월 최종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터가 TWC를 합병하면 작년 기준으로 가입자 1530만명으로 1위 컴캐스트를 700만명 격차로 추격하는 강력한 케이블TV 2위 사업자가 된다.
그동안 방송-방송, 통신-통신 등 동종 업계의 M&A는 시장 경쟁자 수 저하 및 독과점 가능성 등으로 정책당국이 불허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쟁 증대 및 소비자 편익 향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 등에서 통신-방송 이종업계 간 결합을 승인해주는 추세다.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2014년 5월 방송사업자 카날플러스를 7억2500만 유로에 인수했고, 미국의 통신사 AT&T도 다이렉TV를 485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8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이인찬 대표(왼쪽)가 CJ헬로비전 합병 이후 국내 콘텐트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제공
SKT, CJHV 합병 심사에 긍정 영향 기대
SK텔레콤은 차터와 타임위너의 사례가 찬반 논쟁이 뜨거운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자회사인 IPTV 사업자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승인하면 가입자 865만명으로 독보적 유료방송 1위 사업자 KT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되는 2위 사업자(가입자 764만명)가 등장한다.
SK텔레콤은 미국의 경우처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기존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KT가 케이블TV 업계와의 상생안을 발표하고 KT스카이라이프도 UHD 방송의 강점을 바탕으로 유료방송 시장 경쟁에 나서겠다고 하는 등 벌써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의 사례는 KT와 LG유플러스 등 반대 진영의 주장을 흔들고, 심사하고 있는 정부 당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사례와 함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최근 내놓은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보고서도 SK텔레콤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KISDI는 통신시장의 경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보고서에서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했다. 이는 반대 진영에서 이번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반대 진영인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심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KT가 CJ헬로비전 주주인 직원을 내세워 합병무효 소송을 낸데 이어 LG유플러스도 소송을 제기했다. 또 양사는 22일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철저하고 신중한 심사를 촉구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나오면 M&A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