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주류가 맞죠, 주량이 소주 두 잔밖에 안됩니다. 우승 뒷풀이날 소주 두 병 정도 마시고 밤새 죽는 줄 알았어요."
비주류(非主流) 추일승(53) 고양 오리온 감독의 비주류(非酒流) 선언은 진짜였다. 고양 오리온이 2001-2002시즌 이후 무려 14년 만의 우승 감격을 누린 29일 밤, 체육관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추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술에 입을 댔다. 술이 받는 체질이 아니라 평소에도 잘 마시지 않는 추 감독이지만, 그날 우승의 기쁨은 그만큼이나 특별했다. 챔피언결정전 6차전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생각했다. "아, 내게도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하고.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31일 낮, 고양체육관에서 추 감독을 만났다. 코트에는 꽃가루가 샴페인에 젖어 눌러붙은 흔적이 아직도 선명했고, 환하게 들어온 조명 아래 선 추 감독의 얼굴에도 기쁨의 흔적이 뚜렷했다. 이틀이 지난 이날도 추 감독의 핸드폰은 우승을 축하하는 전화들로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그래도 추 감독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만큼 우승의 짜릿함을 더 오래 즐겨도 될 법한데, 벌써부터 추 감독의 머릿속은 다음 시즌과 앞으로의 오리온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추 감독과 나눈 얘기들을 다음 주 긴 인터뷰로 풀어내기 전에, 오늘은 먼저 '비주류'로 살아온 그가 이 시대의 모든 비주류들에게 전하는 얘기를 먼저 소개하고 싶다.
◇마이 웨이, 단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어보자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가 추 감독의 애창곡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술을 즐기진 않지만, 종종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게 되면 '마이 웨이'를 열창한다. '내가 떳떳하다는 건 경험이 보여주네, 나는 나의 길을 갔다네'. 노래의 가사는 추 감독이 걸어온 그의 '마이 웨이'에 대한 강한 의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비주류라는 꼬리표 속에서 살아온 그는 우승한 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했다면 괜찮다, 부끄러울 것이 없다"고 당당하게 얘기하지 않았던가.
31일 다시 만난 추 감독의 말도 같은 맥락이었다. "연고대 출신이 아닌 선수들, 코치들이 종종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감독님은 저희의 롤모델입니다' 하고. 그런데 나는 그들에게 해 줄 말이 하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실력을 인정받으라고, 괜히 주류, 비주류에 연연하지 말고". 추 감독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요즘 넘쳐나는 수많은 비주류, 그리고 흙수저들에게 뭔가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던 그는 "주류라는 이름값보다, 그 이름값을 뛰어넘는 실력과 능력이 있으면 된다. 비주류라고 지레 겁먹고 움츠릴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그거 하나에 매달려 보는거다. 뭐든 전문성을 갖춰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단 하나라도 최선을 다해서 최고가 된다면 세상이 먼저 알아준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마이 웨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농구 하나에 계속 매달려온 우직한 그가 하는 말이기에 더 깊은 인상을 준다. 자신만의 '마이 웨이'를 찾아 그 길을 걷는 추 감독의 모습은 모든 비주류들을 위한 좋은 안내서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