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베이스 위에 두 주자의 발이 동시에 올라갔다. '데칼코마니' 같은 상황. 베이스는 누가 차지할 수 있을까.
롯데와 넥센의 맞대결이 열린 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롯데는 2-0으로 앞선 7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정훈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손아섭의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가 이어졌다. 후속 타자는 황재균. 그는 넥센 김정훈의 6구째를 건들였다. 하지만 타구는 유격수 방면으로 힘없이 떠올랐다.
유격수 뜬공 아웃이 예상되는 상황. 이때 넥센 유격수 김하성이 공을 한 번에 잡지 않고, 일부러 자신의 앞에 떨어뜨렸다. 고의낙루를 해 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김하성의 바람과 달리 병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롯데 2루 주자 정훈의 예상치 못한 귀루 때문이었다.
3루를 향해 뛰던 2루 주자 정훈은 타구를 확인한 뒤 급히 귀루했다. 유격수가 공을 바로 잡을 경우 더블아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훈이 2루 베이스에 돌아왔을 때 옆에 1루 주자 손아섭이 서 있었다. 2루 베이스 위에 정훈의 발과 손아섭의 발이 동시에 올라갔다. 정훈은 김하성의 고의 낙구를 확인하지 못하고 귀루했다. 반면 손아섭은 고의 낙구를 본 뒤 병살을 막기 위해 2루에 전력으로 달렸다.
이기중 2루심은 1루 주자 손아섭의 아웃을 선언했다. 야구 규칙 7.03에 따르면 두 주자가 동시에 같은 베이스를 차지할 수 없다. 인 플레이 중 두 주자가 같은 베이스에 닿고 있으면 그 베이스를 차지할 권리는 앞 주자에게 있으며, 뒷 주자는 태그 당하면 아웃된다. 김하성의 재치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넥센 2루수 서건창이 1루에 공을 던지지 못해 병살이 완성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