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kt는 개막 후 첫 9경기에서 5승을 따냈다. 지난해엔 5승을 기록하는 데 31경기가 필요했다. 승률에서도 차이가 크다. 5승을 기록했을 때 2015시즌 승률은 0.161(5승26패)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승률 0.556(5승4패)로 하늘과 땅 차이인 출발이다. 1년 만에 180도 달라진 성적의 이유는 외국인투수다.
kt는 5승을 외국인투수들이 합작했다. 마리몬과 피노가 각각 2승, 밴와트가 1승을 기록했다. 흉작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풍년 조짐이다. 지난해 kt는 외국인투수가 발목을 잡았다. 개막전 선발이었던 오른손 필 어윈을 비롯해 왼손 앤디 시스코가 중도 퇴출됐다.
어윈은 1승7패 평균자책점 8.68, 시스코는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6.23으로 부진했다. 옥스프링이 그나마 제 역할을 해줬지만 대체 외국인투수 저마노도 3승6패 평균자책점 4.93에 그쳤다. 4명의 외국인투수는 도합 16승 29패에 그쳤다.
실패를 맛본 kt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충무 운영팀 차장이 8월초 미국으로 건너가 한 달 동안 외국인선수 시장을 돌아봤다.
가장 중점을 둔 건 제구력. 이 차장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일찍 좌절돼 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며 "제구가 일단 좋아야 한다. 주무기가 확실한 선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마리몬은 체인지업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이 차장은 "직구는 140대 중후반이 계속 찍히고, 체인지업은 언제든지 볼과 스트라이크를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몸값은 현실적인 수준으로 정했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는 에이전트는 최대한 고려하지 않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무대를 밟은 메이저리그 출신 A외국인투수도 레이더에 들어왔지만 최종 단계에서 제외했다.
이 차장은 "몸값을 결정할 때 처음이 중요하다. 시작액을 낮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높은 금액을 줄 수밖에 없다"며 "A선수는 우리 팀도 고려했고, 조범현 감독도 1번으로 찍기도 했다. 하지만 팀의 방향성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kt는 피노와 70만 달러, 밴와트와 마리몬은 각각 60만 달러에 계약했다. 총액 190만 달러. 한화 외국인투수 로저스 한 명의 연봉과 같다. 로저스는 팔꿈치 통증 때문에 개막 후 1군에서 개점휴업 중이다.
검토를 거듭했다. 그리고 타이밍이 절묘했다. 이 차장은 "피노는 2015년에도 오퍼를 넣었던 선수인데,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종반 빅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뒤 마음을 틀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리몬은 2014년부터 관심있게 봤던 선수로, 젊은 나이가 매력적이었다. 에이전트와 꾸준하게 접촉하면서 계약까지 이끌어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2014년 영입 리스트에 있었던 밴와트는 SK와 재계약이 불발된 후 곧바로 접촉했다.
kt는 10구단 특혜로 외국인선수를 한 명 많은 4명까지 보유 가능하다. 투수는 최대 3명까지 계약할 수 있다.
무시할 수 없는 플러스 요인이다. 9구단 NC는 2014시즌에 외국인투수 3명(웨버·찰리·해커)이 정규시즌 29승(22패)을 합작했다. 신생 팀이 창단 2년 만에 첫 번째 포스트시즌에 성공한 이유다.
이 차장은 "고심을 많이 했다"며 "신생구단이라 어린 선수가 많기 때문에 인성도 중요시했다. 팀 적응력을 가장 중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