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4월은 축제의 달이다. 연인들은 나란히 벚꽃 길을 걸으며 사랑을 속삭이고 아이들은 새 학기 첫 소풍에 마음이 설렌다.
야구팬들에게 4월은 그 해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알리는, 특히 중요한 달이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스포츠 종목이 있는데 왜 유독 프로야구의 인기가 독보적일까?
프로야구 창립 이전엔 고교야구가 있었다. 고교야구를 향한 관심이 프로야구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인기 비결은 단연 마케팅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어린이회원 멤버십의 성공에 있다. 80년대 야구를 처음 접하고 친숙해진 아이들에게 언론은 ‘베이스볼 키즈’라는 별칭까지 붙여주었는데 그 베이스볼 키즈들이 이제는 중년의 가장이 되어서도 변함없는 팬심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82년 출범하면서 각 구단은 어린이 회원을 모집했다.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가 최초였는데 박용민 초대 단장이 일본의 세이부 라이온스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것이다.
박 단장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네모토 리쿠오 세이부 라이온스 관리부장이 일본까지 찾아간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린이가 최고다. 어린이 팬 한 명이 온 가족을 야구장에 데리고 올 수 있다"
덧붙여 상품에 관해서는 이렇게 조언했다. "무조건 모자가 최고다. 그 다음엔 유니폼이다" 그 말에 따라 어린이회원을 모집하는 동시에, 모자와 유니폼 제작에도 신경 썼다고 한다. 모자와 유니폼은 어린이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해줌과 동시에 수집욕을 자극, 또래들 사이에서는 자랑거리가 되었다.
80년대 초반 짜장면 값이 300원, 평균 근로자 월급이 20만원이었는데 어린이 회원 1년 회비가 5천원이었으니 중산층 가정이라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로 원년부터 구단 별로 2~30만 명의 어린이 회원을 모집했다. 지급 상품에는 모자, 유니폼뿐만 아니라 학용품, 배지, 회원증까지 있었는데 원가만 7~8천으로 회원비보다 상품이 더 비쌌다. 회원을 많이 모집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지금의 프로야구 흥행은 어린이회원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어렸을 때는 부모님과 함께, 청소년기에는 친구와 함께, 결혼 후에는 배우자와 아이를 데리고 야구장을 찾아왔다.
구단 입장에서 어린이회원들은 충성스러운 팬이면서 새로운 고객을 계속 창출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어린이 회원제는 즉각적인 효과가 눈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미래의 잠재고객 확보에 성공했다.
프로야구의 어린이회원제 마케팅처럼 사례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은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멀리 내다보는 안목은 어느 분야에서든 필수요소다.
최근 10년 사이(2005년 12월 12일, 2015년 10월 30일) 국내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41개 기업이 교체되었다.
삼성전자(1위), 한국전력(3위), SK하이닉스(7위), 신한지주(10위)는 변동이 거의 없었지만 40%가 넘는 기업이 물갈이 되었다. 새로 진입한 기업은 유통, 서비스, 제약, 식음료 분야였고 퇴출된 기업은 조선, 전기전자, 건설, 기계 분야였다. 시장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을 넘어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기에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부담스럽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삼성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R&D투자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으며 시장 변화에 걸맞는 옷으로 계속해서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변화에 발맞춰 요즘은 구단마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그동안 프로스포츠에서 여성은 주된 소비층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블루오션 영역이 되었다.
여성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 데이트 장소로 야구장을 찾게 되고 결혼 후에는 아이와 함께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구단들은 야구규칙 특강을 개최하고, 핑크색 유니폼을 별도로 제작하고, 로즈데이를 맞아 장미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관객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구단시설이다. 화장실이 협소해 대기 줄이 길고 수유실이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린이회원제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다면, 여성과 가족 관객들이 야구장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관객 한 명을 놓치는 것은 미래의 더 많은 잠재 고객들을 놓치는 것과 같다. /청인자산관리대표 홍운기(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