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km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쳐내기 위해서는 일반인보다 동체시력이 뛰어나야 한다. 뇌진탕은 동체시력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부상은 ‘시간이 약’인 경우가 많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강민호(롯데), 채태인(넥센), 김태균(한화) 등이 2년 여 뇌진탕 후유증을 겪은 뒤 세 번째 시즌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메이저리그에도 뇌진탕 부상 뒤 3년차 시즌에 접어드는 선수가 있다. 바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다.
조 마우어는 누구?
조 마우어는 미네소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난 그는, 이 지역에서 야구와 풋볼 등을 배우며 성장해왔다. 미국 청소년 대표팀에 선정되는 등 최고 고등학교 선수로 꼽혔다.
2001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 참가한 대학 선수들의 이름은 쟁쟁했다. 마이너리그 전문지 베이스볼아메리카는 마크 프라이어(은퇴), 마크 테셰이라(뉴욕 양키스)를 최고 유망주로 꼽았다.
하지만 그해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미네소타는 고민하지 않았다. 마우어가 최고 프랜차이스 스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선택은 옳았다. 프로 입단 뒤 마우어는 승승장구했다.
마이너리그를 초토화시키며, 2003~2004년 2년 연속 마이너리그 넘버원 유망주로 꼽혔다. 2004년 막판 메이저리그에 올라와 35경기에서 0.308/0.369/0.570(타율/출루율/장타율)로 맹타를 휘둘렀다.
풀타임 풀타임 2년차인 2006년에는 타격왕과 포수부문 실버슬러거를 차지하며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다. 2008년 0.328로 또 한 번의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0.365/0.444/0.587에 홈런도 28개를 쳤다. 이런 그를 두고 명장 조 매든 감독은 "신이 설계한 포수"라는 극찬을 한다.
지역 사회에도 봉사했다. 지난해에는 우유 회사 광고모델료 전부를 결식 아동 급식비로 내놓았다. 선행 선수에게 수여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의 단골 후보다. 미네소타 팬의 지지 역시 절대적이다.
명예의 전당 0순위로 꼽히던 그에게 찾아온 시련은 2013년 8월의 뜻밖의 부상이었다. 뉴욕 메츠전에서 아이크 데이비스의 파울타구에 머리를 강타당한다.
시즌 아웃을 부른 부상이었다. 부상 이후 마우어는 예전의 마우어가 아니었다. 미네소타 구단은 수비부담을 덜기 위해 포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전향시켰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마우어의 뇌진탕 전후 2년간의 성적
뇌진탕 前
2012년 .319/.416/.446 2013년 .324/.404/.476
뇌진탕 後
2014년 .277/.361/.371 2015년 .265/.338/.380
올시즌 조 마우어는?
부상 뒤 3년차에 접어든 2016시즌. 현재까지 마우어는 고무적이다. 지난 2년과는 다르다. 볼넷 비율은 16.1%로 지난해에 비해 6%p 올랐고, 삼진율은 16.8%에서 12.9%로 낮아졌다. 3년 만에 처음으로 삼진보다 볼넷이 많다. 부상 이전 마우어는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높은 출루율이 특징이었다. 볼넷과 삼진 비율 변화는 '본래 실력이 나온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을 배트에 맞춘 컨택트율(Contact%)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90%대다. 단순히 맞추는 게 아니다. 타구의 질도 개선됐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올해 마우어가 날린 '강한 타구'는 전체의 42.9%였다. 40%대 돌파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두 시즌엔 20%대였다.
박병호는 마우어 때문에 원래 포지션인 1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마우어는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다. 미네소타는 오랜 리빌딩의 과정을 지나 이제 막 만들어진 젊은 팀이다. 미겔 사노, 바이런 벅스턴 등의 젊은 선수,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갓 진출한 박병호는 경험이 모자란다. 미네소타 구단 그 자체인 마우어가 부활에 성공한다면 이 선수들은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